거안사위

  안전함 가운데 있을 때 위태로운 경우를 생각한다.
  거는 있다, 안은 편안하다,사는 생각하다,위는 위태롭다.요컨대 거안사위는
안전할 때 위태로운 경우를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에로부터 훌륭한 군주라 일컬어진 임금일수록 이 말을 명심했지요. 한 사람을
에로 들어 볼까요? 그는 다름 아닌 당나라의 태종입니다.
  중국에 정관정요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은 문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태종이 한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나라를 유지하는 일은 어려운 일일까, 쉬운 일일까?"
  태종의 질문에 위징이라는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매우 어려운 일이옵니다."
  그러자 태종이 다시 물었습니다.
  "뛰어난 인물을 등용하고, 그들의 좋은 의견을 받아들여 정치를 하면 되지
않는가. 나는 나라를 유지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태종의 말에 위징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의 황제들을 보십시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여 그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만, 나라의 기반이 튼튼해진 후에는 마음이
해이해집니다. 임금뿐만 아니라 신하도 나라보다는 자기 몸의 편안함만
생각하여, 군주가 잘못하는 일이 있어도 감히 그것을 간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군주는 자꾸 잘못을 저지르고 신하는 신하대로 자기의 욕심만을
채우게 되어, 나라의 힘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입니다. 나라의 힘이 약해지면
마침내 강한 나라의 침략을 받아 멸망하겠지요. 에로부터 성인은 안전함 가운데
있을 때 위태로운 경우를 생각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라가 태평할 때에야말로
한층 더 마음을 긴장시켜 정치에 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나라를
유지하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태종은 이와 같은 신하의 말을 듣고 거안사위를 마음에 새겨, 23년 동안 잊지
않았습니다.
  태종이 중국의 오랜 역사 가운데에서 얼마 안 되는 명군으로 칭송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태종은 옛날 중국의 황제였지만, 태종의 이런 마음가짐은 현재 어린이
여러분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만약 여러분이 공부를 아주 잘 해서 성적이 좋다고 합시다. 그래서 조금
마음을 놓고 공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금세 성적이 뚝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성적이 떨어진 다음에 만회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나 성적이
좋을 때에 떨어지는 경우를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여러분은 언제나
공부를 잘 하는 우등생이 되겠지요

거실:집에 있는 방.
거주: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사는 곳.
안락:편안하고 온전함.탈이 없음.
안전:편안하고 온전함.탈이 없음.
사고:생각하는 것. 또는 궁리하는 것.
사색:사물의 이치를 파고들어 생각함.
위급:위태하고 급함. 위태로운 어려움이 닥침.
위기:위험한 때.

      교언영색

    입에 발린 말과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생글거리는 얼굴 표정
  공자는 논어라는 책에서 알랑거리는 말과 비위를 맞추는 얼굴 색은 인이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한 태도를 나쁘다 하였습니다. 교언은 입에 발린 말이나
알랑거리는 말, 영색은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생글생글 웃는 얼굴빛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교언영색은, 겉뿐이고 성의 없는 말이나 표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답니다.
  그럼 인이란 무엇일까요? 인이란 상대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입니다. 여러분이
알기 숩도록 이야기하면, 친절한 마음이나 사랑 같은 것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사회 생활을 하는 사회인이라면, 이 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공자님의
주장이랍니다.
  논어에는 교언영색이 또 한 번 나옵니다. 그 말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입에 발린 말,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생글생글 웃는 얼굴 표정, 비굴할
정도로 굽실거리는 태도 등을 좌구명이라는 사람은 부끄러운 일로 생각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또, 마음 속으로는 그 사람을 업수이 여기면서 겉으로만
친구로 사귀는 짓을 좌구명이라는 사람은 부끄러운 일로 생각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공자님은 어째서 교언영색을 싫어하셨을까요? 공자님께서는 그 이유를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인간은 사회인으로서 나름대로 자존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로지 암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생글거리는 얼굴
표정을 짓게 되면, 자존심이 없어지고 비굴함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는
곤란하겠지요.
  둘째, 입에 발린 말을 하거나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알랑거리는
사람에게서는 역시 인간으로서의 성의와 성실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남의 비위를 맞추어 주는 일이 인간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것은 못 미치는 것만
못하다는 옛말이 있지요? 남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지나치면 이렇게 비굴한
사람이 되어 버리니 조심해야겠어요.

교언:교묘하게 꾸며대는 말.
언론:말이나 글로써 자기의 사상을 발표하여 논의함.
언약:말로 약속하는 것또는 그 약속.
영식:남의 아들에 대한 존칭.
색맹:빛깔을 식별하지 못하는 상태.

      교토삼굴

    슬기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
  교는 간교하다,슬기롭다를 토는 토끼를 삼은 셋을 굴은 토끼의 굴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슬기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라는 뜻이 되는데
이것은 위험이 닥칠 것에 미리 대비하여 준비를 해 놓는다는 의미지요.
  옛날 중국에는 춘추 시대.전국 시대라고 해서 많은 나라로 갈라져 서로
싸움을 일삼던 어지러운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 전국 시대 말기의 제나라에
맹상군이라는 정승이 있었습니다.
  맹상군은 인재를 좋아해서 많은 식객을 집에 두고 있었던 사람으로도
유명하거니와 그 식객들의 도움으로 정치,외교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뿐만 아니라,맹상군에게는 일화가 참으로 많습니다. 이
교토삼굴의 이야기도 맹상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맹상군의 집에는 언제난 식객이 많았다고 이야기했지요? 그 식객들 중에
풍훤이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맹상군은 풍훤이라는 남자를 불러서 말했습니다.
  "여보게, 나의 영지인 설에 가서 내가 사람들에게  꾸워 주었던 돈을 좀
받아다 주지 않겠나?"
  "예, 알겠습니다."
  풍훤은 시원스럽게 대답을 하고는, 맹상군이 주는 빚 문서를 받아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맹상군의 영지인 설에 도착한 풍훤은 맹상군에게 빚을 진 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어디 빚문서를 이리 주어 보십시오."
  풍훤이 맹상군에게서 받아온 빚문서와 대조해 보니 모두 맞았습니다.
  "흠, 모두 맞는군. 그럼......"
  모두들 풍훤이 빚을 받으러 왔으리라 생각하고 기가 죽어 있던 사람들 앞에서
풍훤은 정말 뜻밖의 행동을 했습니다.
  애써 모은 빚문서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불에 태워 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빚문서를 태워 버린 풍훤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어지신 맹상군께서는 여러분이 고생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를 내려보내 여러분의 빚을 탕감해 주고 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풍훤의 말에 그만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오, 고마우신 맹상군님! 우리 백성들의 사정을 이렇게 잘 알아 주시는
정승이 계시다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백성들인가!"
하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빚을 받아 오라고 내려보낸 풍훤이 빚을 한푼도 받아오지 않은 것을 알고
맹상군은 떫은 얼굴을 했지만, 풍훤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습니다.
  "부와 귀를 모두 다 가지고 계신 정승님께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은의(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입니다. 빚문서를 태워 벅리고, 저는 대신
정승님을 위해 은의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일 년 후, 맹상군은 제나라 민왕의 역정을 사, 그만 재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맹산군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기운 없이 영지로 돌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재상 자리에서 쫓겨난 맹상군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 맹상군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까지 마중을 나와
환영을 해주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맹상군을 위로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어지신 맹산군님께서 정승이 되지 않으시면 누가 정승을 하겠습니까.
부디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임금님께서 다시 부르시는 날을 기다리세요."
  이것이 바로, 풍훤이 맹상군을 위해 준비해 놓은 첫 번째 굴입니다.
  다음에 풍훤은, 맹상군을 위해 두 번째 굴을 준비하기 위해 위나라로 가서
혜왕에게 말했습니다.
  "제나라의 민왕은 사소한 일로 맹상군을 정승 자리에서 해임시켰습니다.
지금이 맹상군을 불러들이실 좋은 기회입니다. 맹상군이 위나라의 정승이
된다면, 위나라는 강대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맹상군의 명성을 들어오던 위나라의 혜왕은 크게 기뻐하며
풍훤에게 상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자에게 황금 천 근과 마차 백 량(지금으로
말하면 값비싼 자가용 백 대)을 주어 뱅상군에게 전하도록 한 다음, 정중히
위나라의 재상으로 모셔오라는 분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맹상군은 정중히
거절을 했습니다.
  사실은 이것도 풍훤의 지혜로, 위나라 쪽의 움직임이 제나라 민왕의 귀에
들어갈 것을 계산하여 취한 행동이었습니다.
  한편 위나라에서 맹상군을 재상으로 앉히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은 제나라
민왕은 만약 그렇게 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얼른 사자를
맹상군엑게로 보내 자신의 처사를 사과하고, 다시 맹상군을 재상으로
불러들었습니다.
  이것이 풍훤이 맹상군을 위해 마련한 두 번ㅉ재 굴이랍니다.
  세 번째 굴로서, 풍훤은 제나라 왕실의 종묘(사당)를 맹상군의 영지인 설에
세우도록 했습니다. 왕실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한, 맹상군이
미워지더라도, 민왕은 맹상군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앞길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슬기로운 사람은, 미리 위험이 있을 것을 생각하여 그에 대한 대비를
해 놓는 것이징요. 남에게 덕을 베푸는 일도 그에 대한 한 가지 대비가
되겠지요. 자기에게 많이 있을 때 남에게 베풀어 놓으면, 나중에 자기가 곤궁할
때에 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교동:교활한 아이.
교지:간사하고 꾀가 많은 지혜.
탈토:달아나는 토끼. 몹시 빨리 달아남을 일컫는 말.
토육:토끼의 고기.
삼분:셋으로 나눔.
삼월:삼월. 일 년 중의 세 번째 달.
굴형:굴처럼 생긴 모양.

      국사무쌍

    한 나라에 둘도 없는 뛰어난 인물
  국사란 나라를 짊어지고 나가는 인물을 뜻하고, 무쌍이란 두 사람도 없다는
뜻입니다. 즉 국사무쌍이란 한 나라에 둘도 없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의미이지요.
  옛날, 초의 항우와 한의 유방이 패권을 겨루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한의
군대에 한신이라는 무장이 있었습니다.
  그는 본디 항우의 부하였는데, 한신의 생각이 번번이 항우에게 채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방에게로 온 것이었습니다.
  승상 소하는 한신의 뛰어난 재능을 꿰뚫어보고 몇번이나 유방에게 한신을
천거했지만, 유방도 그를 등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진이 멸망한 후, 유방은 한중왕으로 봉해져 도성인 남정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한중왕이라고 하니 듣기에는 굉장한 것 같지만, 유방에게 주어진
영지는 깊은 산과 계곡을 몇 개나 넘어가야 하는 벽지였습니다.
  중국의 산은 우리 나라의 산과는 다릅니다. 그 험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첩첩 산중을 군사들은 기진 맥진 넘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니
도망가는 병사들이 나올 수밖에요. 병사들은 자꾸 수가 줄어 갔습니다. 한신도
더 이상 유방 곁에 있어 보았자 별 뾰족한 수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병사들과
함께 도망을 쳤습니다.
  한신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고, 소하는 한왕인 유방에게 이야기할 틈도 없이
도망치는 한신을 뒤쫓아갔습니다. 그런데 어떤 자가 잘못 알고는 유방에게
  "승상 소하가 도망쳤습니다."
하고 보고를 했습니다.
  유방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승상이 도망을 쳤다니! 유방의 양팔이 잘려져
나간 것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에 소하가 돌아왔습니다. 유방은 화가
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소하에게 소리쳤습니다.
  "승상까지 도망을 치다니!"
  "아니, 저는 도망을 친 것이 아닙니다. 도망친 자를 쫓아갔었을 뿐입니다.
한신이라는 남자를......."
  "도망친 자가 수십 명에 이르렀지만 승상은 아무도 쫓아가지를 않았다. 그런데
한신이라는 자를 쫓아가다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다른 자들은 얼마든지 도망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신은 다릅니다.
한신이야말로 우리 나라에 둘도 없는 인물입니다. 벽촌의 한왕에 머무를
생각이시라면 또 몰라도, 천하를 다툴 생각이시라면, 그 남자 외에는 달리
큰일을 함께 도모할 인물이 없습니다."
  승상의 말을 듣고 있던 유방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승상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럼 한신이라는 자를 장군으로 삼도록 하지."
  "장군 정도로는......"
  "그럼 대장군은 어떤가?"
  그제서야 승상 소하는 큰절을 하고 유방 앞을 물러나왔습니다.
   소하의 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대장군으로서 전권을 쥐게 된 한신은, 그 후
차례 차례 훌륭한 전략을 전개하여, 마침내 유방을 천하의 패자로 만들었습니다.

국기:한 나라를 상징하며 그나라의 표지로 제정한 기.
국산:자기 나라에서 만든 물건.
사인:학문에 좋사하는 사람, 선비
사화:옳은 말을 하는 선비들이 간악한 무리에게 받는 참혹한 화.
무고:아무 사고 없이 평안함.
무시:눈여겨 보지 않음
쌍두마차: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
쌍수:두손.

     군자지교

    군자의 교제
  군자는 요즈음 말로 말하자면 남을 지도할 수 았는 능력이 있고, 동시에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하고 할 수 있습니다(다음에 나오는 군자표변에서
군자를 자세히 설명하겠어요). 지는 -의 뜻을 가진 어조사고 교는
교제하다,사귄다는 뜻입니다.
  즉 군자지교란 군자가 남과 사귈 때는 모름지기 이러해야 한다는 교제법을
이야기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군자의 교제법이란 어떤 걸까요?
  장자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군자의 교제는 그 담담하기가 물과 같다. 소인의 교제는 그 달콤하기가
감주와 같다."
  물처럼 담담하고 산뜻한 ㅓ이 군장듸 교제 방법이고, 이에 대해 감주처럼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소인의 교제 방법이라는 말입니다.
  소린이란 군자와 반대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감주는 여러분도 알고
있지요? 감주는 식혜라 하기도 하지요.
]  남과 사귈 때 어려운 일은 어느 정도의 사이를 두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딱 달라붙으면 끈적끈적하여 오래 계속되지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떨어져서 사이가 멀면 완적히 모르는 사람 같은 관계가 되어
버립니다. 지나치게 가까이 하지도 않고, 멀리하지도 않는 것이 교제를 오래
지속시키는 요령인 것 같은데, 그 군형을 맞추기가 어려운 거지요.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과 친해지면 무조건 상대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하고,
모든 일에 참견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쓸데없는 참견까지 하게 되어, 그
사람이 싫어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또 한 가지 군자의 교제를 생각하면서 참고가 되는 것이 다음과 같은
말입니다.
  "군자는 교제가 끊어지더라도 그 사람의 ㅇ을 하지 않는다."
  설령 언짢은 일로 해서 교제가 끊어지게 되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그 녀석
정말 비열한 놈이야. 사실은 말야. 이런 일이 있었다구' 하는 따위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이 가르침을 깨뜨리기 일쑤입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될까요? 다른 사람에게 한 험담은, 반드시 한 바퀴 돌아서 본인의 귀에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험담을 들은 사람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 원망은 언젠가 어디선가 터지게 마련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나쁜 경우도 별로 없을 듯합니다.
  군자는 그런 경우를 알고 있기 때문에, 교제가 끊어지더라도, 상대의 험담을
하지 않도록 명심하는 것이랍니다.
  여러분도 친구를 사귈 때 군자지교를 명심해서 사귀도록 하세요.

군명:임금의 명령.
군은:임금이 내리는 은혜.
자손:아들과 손자. 또는 후손.
자정:밤 열두 시.
교역:물품을 서로 교환하여 장사함.
교우:벗,친구,또는 벗을 사귀는 일.

      군자표변

    군자는 잘못한 점이 있으면 곧 반성하여, 분명히 고친다
  군자라는 말은 여러분도 많이 들어 보셨을 거예요. 알기 쉽게 말하면, 훌륭한
사회인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사회인이라 해도,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겠지요.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과 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의 두 부류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군자란 분명히 후자(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만 잘 한다고 해서 군자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훌륭한 인격이
더해져야만 비로소 군자라고 할 수 있는 거지요.
  표는 여러분이 모두 알고 있는 표범이라는 동물을 의미하고 변은
바꾼다,고친다,변화한다는 의미입니다.
  군자표변이라는 말은 사서 삼경 중의 하나인 역경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표범이라는 놈은 가을이 되면 털갈이를 하는데, 털갈이를 한 표범의 털가죽은
그 무늬가 뚜렷하고 매우 아름답다고 합니다. 표범의 털가죽이 뚜렷하고
아름답게 바뀌듯이, 군자는 자기의 잘못을 깨달으면 즉시 고친다는 것이지요.
  군자표변이란 말은 본디 이렇게 좋은 의미였는데 그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이랬다 저랬다 하고 태도를 바꾸는 의미로 많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현대는 움직임이 심한 시대로, 주위의 상황이 시시 각각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 자신을 게발하고 자신의 능력을 기르는 일을 게을리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여러분은 마음에 변덕이 일어나는 대로 홱홱 태도를 바꾸는 표변이 아니라
본디의 뜻인 표변, 
요컨대 창조적인 혁신 쪽을 명심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입니다.

군신:임금과 신하.
군주:나라의 주권을 쥐고 있는 사람.
자도:자식이 지켜야 할 도리.
자식:아들과 딸을 일컬어 이르는 말.
표문:표범의 무늬와 같이 아름다운 무늬.
표피:표범의 가죽.
변혁:바꾸어 새롭게 함.
변화:사물의 모양 성질이 다르게 바뀌는 것.

      권토중래

    흙먼지를 말아올리며 달려오는 기세로 다시 온다
  권은 말다, 토는 흙 흙먼지, 중래는 다시오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자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흙먼지를 말아올리며 달려오는 기세로 다시 온다가
되는데 권토중래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어, 한 번 패하거나 실패한 자가
태세를 가다듬어 다시 일어서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지요.
  이야기는 사면초가의 계속이 됩니다. 해하의 포위를 뚫고 남쪽으로 달아난
항우는 유방군에 쫓겨 자신을 따르던 8백 기를 대부분 잃고, 장강의 북쪽
기슭인 오강에 이르렀습니다. 건너편 기슭은 항우의 고향인 강동땅입니다.
오강에는 이미 배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얼른 배에 오르십시오. 일단 강동으로 몸을 피하셨다가, 기회를 봐서 다시
일어나십시오."
하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항우는
  "나와 함께 일어나 싸웠던 강동의 8천 젊은이들은 한 사람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무슨 낯으로 나혼자 도망쳐서 부모 형제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
하고 대답하고는 스스로 유방의 대군 사이로 뛰어들어 장렬한 전사를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천 년 후, 당나라 시인 두목은, 오강정에 시를 기록하여 항우의
성급함을 애석해했습니다.
  이기고 짐은 병가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것.
  일시의 굴욕을 참고 견디는 것이
  참다운 남아가 아닌가.
  강동의 젊은이들 중에는 뛰어난 전사가 많으니,
  일단 물러가 힘을 기른 후에
  흙먼지를 말아올리는 기세로 다시 나오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을 것을......
  권토중래는 이 두목의 시 속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항우의 비장한 최후는 후세 사람들의 동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참으로
영웅다운 행동이었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인 두보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영웅이었기 때문에 최후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싸웠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권토중래--어떠한 절망적인 상황도 견뎌내고 살아나갑시다. 고통의
밑바닥으로부터 힘을 퍼올려 쌓아나간다면, 마침내는 밝은 희망의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권두:책의 첫마리.
권설:혀를 맒. 혹은 놀라거나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아니함을 이름.
토기:질그롯.
토산:어느 한 지방에서 나는 물건.
중요:귀중하고 종요로움.
중력:지구가 지구 위에 있는 물체를 끄는 힘.
내일:오늘의 바로 다음 날. 후일.
내객:찾아온 손님.

      기인지우

    기나라 사람의 걱정
  기는 기나라, 인은 사람, 지는 의, 우는 걱정이라는 뜻입니다. 요컨대
기인지우는 기나라 사람의 걱정이라는 뜻이 되지요. 기인지우를 생략하여
기우라고도 합니다.
  열자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날 기나라에 어떤 남자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날마다 날마다
걱정을 하느라고 일도 하지 못하고 음식도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무슨 걱정을 그렇게 했느냐고요? 글세 들어 보세요.
  '아아, 지금이라도 하늘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아아, 지금이라도 땅이 꺼지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어떤 사람이 보다 못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늘은 기(정기0가 쌓인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무너질 염려는 절대로
없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가 되물었습니다.
  "그러면 해나 달이나 별은 떨어지지 않을까요?"
  "해도 달도 별도 모두 기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다만 빛나고 있을
뿐입니다. 설령 떨어져서 부딪친다해도 상처를 입을 염려는 없지요."
  "그러면 땅이 꺼지면 어떻게 하지요?"
  "땅은 흙덩이가 쌓여 있는 것입니다. 땅은 어디나 흙덩이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것을 날마다 사람들이 밟고 다닙니다. 무너질 염려 따위는 절대로 없습니다."
  그제서야 하늘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땅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던
남자는 걱정거리가 풀려 매우 기뻐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처럼 기인지우란 먼 앞날에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을 이것 저것 걱정하고 있는 사람을 비웃는 말입니다. 분명히 그런 문제를
가지고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하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게 사는 길이겠지요.
  하지만 핵무기가 발달한 오늘날엔 그런 기인지우를 단순히 웃어 넘길 수만은
없게 되지 ㅇ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날엔 정말 하늘도 무너지고 땅도 꺼져 버리지 않을까요?
지구가 멸망할 것이 뻔하니까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사실 오늘날의
대기 오염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아무리 더운 날도 자동차의 문을 열어 놓기가 싫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가스에 오염되어 더러워진 바람입니다.
  우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은혜를 듬뿍 누리기 위해서도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겠습니다.
  어디서나 달콤하고 맑은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킬 수 있고, 어디서나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간이 아끼고 보호하는 만큼 자연은 우리에게 베풀것입니다.

기우:쓸데없는 걱정.
인격:사람의 됨됨이.
우국:나라 일을 걱정함.

      다기망양

    갈림길이 많아서 양을 잃어버리다
  다는 많다, 기는 갈림길, 망은 잃어버리다, 양은 양. 즉 다기망양은 갈림깅이
많아서 양을 잃어버리다라는 뜻입니다.
  이 다기망양이라는 말이 오늘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이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열자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국 시대의 학자로, 양수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이웃집에서 양을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양 한 마리가 없어졌습니다. 그 집 사람들이 모두 나서고,
나중에는 양수의 집 하인까지 나서서 찾았으나 끝내 양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는데도 어째서 양을 찾지 못했는지 궁금해진
양수는 이웃집 주인에게 물엇습니다.
  "어째서 양을 찾지 못하셨습니까?"
  이웃집 주인의 대답인 즉
  "처음에는 외길이었던 것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두 갈래길이 다시 또
갈라져서 네 갈래길이 되고, 그것이 또 갈라지고..... 나중에는 갈림길이 너무나
많아져서 그만 양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부터 다기망양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말이, 학문하는 방법이 너무나 많아 옆길로 새기 쉽기 때문에
진리에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비유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엔, 지나치게
여러 방면으로 관심을 가져 이리 저리 쫓다가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게 되는
경우나, 방침이 여러 가지여서 어떤 방침을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경우에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그 다음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양수는 양을 찾지 못한
이유를 듣자, 그만 깊은 생각에 잠겨 말도 하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까짓 양 한 마리, 그것도 다른 사람이 양을 잃어버린 것 가지고 어째서
저렇게 우울해하시는 걸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제자들에게, 양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황하 근처에서 헤엄을 매우 잘 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뭉에 들어가면,
그는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 같았다. 그에게는 ㅅ헤엄치는 법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 중에는 헤엄치는 법을 배워가는 자가 있는가
하면, 배우지도 못하고 물에 빠져 죽는 자도 있었다. 똑같은 것을 배우면서,
수영을 배우는 자와 물에 빠져 죽는 자가 있다. 이렇게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양수가 이 이야기를 한 의미를 이해한 사람은 제자들중에서 단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큰 길에는 갈림길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양을 잃어버립니다. 헤엄치는
법을 배우려다가 물에 빠져 죽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배우는 자도 그 길을
그르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학문은 본디 하나, 나뉘어지는 것은
말절(본줄기에서 멀리 떨어진 하찮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근본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잘못될 일이 없는 것입니다.
  양수라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하라고 주장하여, 맹자
등으로부터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로 간주되어 비난을 받은 사상가입니다. 그러나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기의 본성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이상에는
공감되는 점도 많습니다.
  오늘날 학문이나 직업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 학문이나 직업을 통해 본래의 자기를 실현하고 싶어하는 사람 또한
많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본래의 자기는 어디로 가 버렸단 말인가?
  양을 잃어버린 사건을 계기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의 중요함을, 양수는
제자에게 가르쳐 주려 한 것입니다.
다다:대단히 많은 모양
기로:갈림길.
분기:나뉘어서 갈라짐. 또는 그 갈래.
망명:자기 나라에 살지 못하고 남의 나라로 피함.
망조:망할 징조.
양모:양의 털.
양유:양의 젖.
      단도직입
    한 자루의 칼을 들고 똑바로 들어가다
  단은 하나, 도는 칼, 직은 똑바로, 입은 들어가다는 뜻. 따라서 단도직입은 한
자루의 칼을 들고 똑바로 들어가다는 뜻입니다.
  "응, 한 자루의 칼을 들고 똑바로 들어가다니, 어디엘 들어간다는 말이야?"
  자아 그 이야기를 해 봅시다.
  후에 남제의 장군이 된 대승정이라는 사람이 아직 유명해지기 전, 북위의
군대가 쳐들어왔습니다. 그 때 대승정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했느냐 하는 것이
남사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승정, 군사의 모집에 응해 나가 싸웠다. 하나의 칼을 거머쥐고 똑바로 적진을
향해 나아갔다. 위군, 패하여 도망쳤다."
  이처럼 단 한 자루의 칼에 의지하고 적진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단도직입의
본디 뜻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목표를 정해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의 비유로 쓰이게
되었고, 나아가 오늘날에는 앞의 인사말 같은 서두를 빼고 직접 본론으로
들어가는 이야기 방법을 형용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어른이 하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
하고 말을 꺼내시는 것을 들은 일이 있을 거예요.
  어때요? 알고 보니 참 재미있지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고 있는 말들이
모두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는 놀랐을 거예요.  
단독:단 한 사람. 또는 혼자.
단어:낱말.
도공:칼을 만드는 사람.
도련:종이의 가장자리를 가지런하게 베는 일.
직감:설명을 듣지 않고 그 뜻을 마음으로 느껴 앎.
직후:바로 그 다음. 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
입구:드나드는 어귀.
입학:학교에 들어감.
      담대심소
    대담하고도 세심하게
  담은 우리 몸 안에 있는 쓸개를 의미하는 한자인데, 달리 '기백,용기' 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대는 크다, 심은 마음, 소는 작다는 뜻.
  '대담하기를 원하고, 세심하기를 원한다라는 말은 당나라의 손사막이라는
사람이 한 말인데, 이 말을 줄인 것이 담대심소입니다.
  대담한 것과 세심한 것은 본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대담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면, 가만히 주위의 친구들을 살펴보세요.
개중에 유난히 겁이 없고 무엇이든지 앞장서서 용기 있게 하는 친구가 있지요?
그런 사람을 대담한 사람이라고 한답니다.
  반면에 작은 일에도 마음을 쓰는 친구가 있을 거예요. 친구의 어려운 사정을
유난히 잘 알아서 그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든지, 어쨌든
조그마한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을 세심한 사람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대담한 사람은 용기 있게 무엇이든지 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지나치면 만용이 되기 쉽습니다. 만용이란,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하부로
날뛰는 거지요. 그에 대해 세심한 사람은 무슨 일에나 생각을 깊이 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지나치면 소극적인 사람이 되기 쉽지요. 이렇게 각각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습니다. 만약 이 두 가지 성격을 혼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쁜 점은 보완이 되고 좋은 점은 살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담대심소-대담하면서도 세심한 사람. 이런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건 잘 해
나갈 게 틀림없습니다.
  여러분도 담대심소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보세요.
담력:겁이 없고 용감함.
담지:두려움 없이 용감하며 지혜까지 있음.
대기: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기체의 층.
대범:마음이 넓고 큼.
심경:마음의 상태.
심신:마음과 몸.
소국:작은 나라.
소인:인격이 천박하고 덕이 없는 사람. 또는 키가 작은 사람, 난쟁이.
      대기만성
    큰 그릇은 만들어지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노자라는 책에 대지에는 귀퉁이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큰 인물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는 말이지요.
  중국의 삼국 시대 때 위나라에 최염이라는 유명한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
장군은 체격도 늠름할 뿐만 아니라, 무장으로서도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사촌 동생인 림이라는 사람은 생기기도 못생겼을 뿐만 아니라 뛰어나게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늘 사람들에게서 바보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최염만은 자기 동생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집안 어른들이 림을 손가락질하며
  "에이, 저 바보 녀석! 형은 잘났는데, 어째서 저녀석은 저리도 바보 같을꼬."
하고 혀를 끌끌 차면, 언제나
  "커다란 종이나 커다란 솥은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큰
재능도 마찬가지이지요. 완성이 되려면 당연히 오랜 시일이 필요합니다. 두고
보세요. 림은 틀림없이 큰 인물이 될 것입니다."
하고 동생을 두둔했습니다.
  그렇게 늘 격려해 주고 보살펴 준 형의 따뜻한 정성에 힘입어서인지, 과연
림은 나중에 전자를 보필하는 막중한 임무를 완수한 훌륭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위지라는 책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 사람을 쉽게 판단하려
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보려 한 사랑이 담긴 이 말이, 지금은 역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쩔쩔 매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 말의 본디 뜻을 마음에 잘 새기어, 지금은 무언가를 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기 바랍니다. ㄲ구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남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될 테니까요.
대가:학문,기술에 뛰어나, 훌륭하고 권위를 이룬 사람.
대의:마땅히 행해야 할 중대한 의리.
기구:세간,그릇,연장 등의 총칭.
기질:타고난 재능이 있는 바탕.
만풍:날이 저물어서 부는 바람.
만학:나이가 들어 늦게야 배움.
성공:목적을 이룸. 사회적 지위를 이룸.
성년:만 이십 세 이상.
      마이동풍
    말의 귀에 동풍
  마는 말, 이는 귀, 동풍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입니다. 그러므로
마이동풍은 말의 귀에 동풍이라고 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데, 마이동풍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며, 어떤 때에 쓰이는 말인지를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통해 정확히 알아봅시다.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이백(이태백)이 벼슬살이에 실패하고 도성에서
추방되어 강남 지방을 방랑하고 있을 무렵, 자기와 똑같이 불우한 친구에게 긴
시를 한편 보냈습니다.
  지금 세상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투계(닭싸움)의 명인이나 무예에 능한 군인
정도인걸. 우리는 둘 다 그런 흉내조차 싫어하지 않는가. 우리가 아무리
고심하여 시를 지어도 세상 사람들은 제대로 이해할 줄을 모르니 마치 말의
귀에 동풍이 불어오는 것과 같은 형편일세. 이런 속된 세상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가난해도 자유로운 산생활이야말로 우리의 이상에 맞는
듯하군.
  동풍이 전해오는 봄의 기쁨도, 둔감한 말의 귀에는 아무런 반응을 불러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흘려 버리는 것을 마이동풍이라 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나라 속담에 쇠 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마이동풍과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마차:말이 끄는 수레.
이식:귀로 들어서 음식물의 맛을 판단한다는 것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뿐으로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그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귀엣말.
동문서답:어떤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함.
풍속:예로부터 사회적으로 행하여 온 모든 생활에 관한 습관.
풍문:바람결에 들리는 소문.
      망국지음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
  망은 망하다, 국은 나라, 음은 소리의 뜻입니다. 따라서 망국지음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이라는 뜻입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이라니, 어떤 음악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말일까요?
  예기라는 책에 음악에 관해 기록해 놓은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마음에서 감정이 생겨나, 그것이
움직이는 대로 소리로 나타나는 것이다. 소리를 글로 나타낸 것을 음악이라고
한다. 따라서 세상이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는 화평하고 즐거운 음악이
생겨나니, 정치가 바르게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원망하고 분노에 찬 음악들이 생겨나니, 그것은 정치가 바르게 행해지지 않기
ㄸ대문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은 슬픈 마음이 일어나게 하니, 그 백성이
곤궁하기 때문이다."
  망국지음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 말이랍니다.
  정치가 혼란하여 윗사람 아랫사람 할 것 없이 부패해있다면, 일부 부유층
사람들은 퇴폐적인 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많은 백성들은 곤궁한 생활을 할
것입니다. 퇴폐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퇴폐적인 음악이 유행할
것이고, 곤궁한 생활을 하는 백성들 사이에서는 슬픈 음악이 유행하겠지요.
  이렇게 되면 곧 나라가 망할 징조이니, 결국 슬픈 음악과 음란하고 퇴폐적인
음악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이 되는 것입니다.
  한비자라는 책에 다음과 가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옛날 춘추 시대의 일입니다. 위나라의 영공이 진나라로 가던 도중 복수
부근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무척 슬픈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올 만큼 구슬픈 음악 소리였습니다.
영공은
  "참으로 구슬픈 음악이로다. 이 소리가 어디서 들려 오는 것인고."
하며 악사장인 사연에게 명하여, 그 음악을 배우도록 하였습니다.
  이윽고 진나라에 도착한 영공은, 진나라의 평공이 초대한 잔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영공은
  "제가 이곳으로 오던 도중에 참으로 구슬픈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악사장으로 하여금 배우게 했는데, 그 음악을 한 번 들어 보시지요."
하며, 복수 부근에서 배우게 한 음악을 연주하도록 하였습니다.
  사연이 한참 음악을 연주하는데, 갑자기 진나라 평공의 악사장인 사광이
말했습니다.
  "이 곡을 더 이상 연주하게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평공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물었습니다.
  "어째서 안 된다는 말인가?"
  "이 곡은 은나라의 악사장이 주왕을 위해 만든 사치스럽고 음란한 음악입니다.
그 소리가 구슬퍼 사람의 애간장을 끊어 놓을 듯하니, 이런 음악을 들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하고 말 것입니다. 주나라의 무왕이 주왕을 정벌했을 때, 이
음악을 만든 악사장은 복수에 와서 몸을 던져 죽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
음악을 더 이상 듣지 마십시오."
  그러나 평공은 사광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들어 보니, 참으로 감동적인 음악이로다. 계속해서
연주하라."
  음악은 계속해서 연주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하자,
서북쪽으로부터 검은 구름이 피어 오르고, 계속해서 연주하자,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연주하자, 마침내 거센 비가 장막을
찢고 음식상을 부수었으며, 지붕의 기와를 떨어뜨렸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고, 평공은 복도 구석에 엎드려 벌벌
떡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진나라에는 심한 가뭄이 3년 동안이나 계속되고, 평공은 심한 종기로
괴로움을 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망국지음-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
  망국지음은 나라를 망하게 할 뿐만 아니라, 먼저 그런 음악을 즐기는 사람의
정신을 병들게 합니다.
  여러분은 건전하고 즐거운 음악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망부:돌아가신 아버지.
망실:잃어버리다.
국경일:법으로 정한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
국사:자기 나라의 역사.
음조:소리의 높낮이와 강약, 빠르고 느린 정도.
음치:소리에 대한 감각이 둔한 사람.   
      맹모삼천
    맹자의 어머니 세 번 이사를 하다
  맹은 맹자 모는 어머니, 천은 이사하다는 뜻입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옛일에서, 어머니가 아이의
교육에 열심인 것에 비유해서 쓰는 말이 되었습니다.
  맹자의 집은 처음에 묘지 근처에 있었습니다. 어린 맹자는 날마다 장례식
치르는 흉내를 내며 놀았지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묘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해야겠다.'
고 생각한 어린 맹자의 어머니는 서둘러 집을 팔고 이사를 했습니다. 새로
이사한 곳은 시장 근처였습니다.
  '이젠 아들이 장례식 흉내를 내는 일은 없겠지.'
하고 안심을 하며 아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린 맹자가 무언가를 잔뜩 쌓아놓고,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흉내를 내고
있지 않겠습니까.
  '아아, 이곳도 아들을 키울 만한 곳은 아니로구나.'
하고 생각한 어머니는 또다시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번에 이사한 곳은 학교 옆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어린 맹자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니, 학생들이 예의 범절을 실습하는
흉내를 내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서야 어머니는
'여기가 나의 아들을 키울 만한 곳이다.'
하고 아들이 클 때까지 학교 옆에서 살았답니다.
  이 이야기는 열녀전이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맹자가 청년이 되었을 때입ㄴ디ㅏ. 어머니와 떨어져서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맹자가 느닷없이 집엘 왔습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하고 웃으며 집으로 들어서는 아들을 보고,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공부를 다 하고 왔느냐?"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아들의 대답에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를 칼로 싹둑 잘라 버렸습니다.
  아들이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아니 어머니! 어째서 애쓰고 짜시던 베를 잘라 버리십니까?"
  "네가 학문을 중단하는 것은, 애써 짜던 베를 잘라버리는 것과 같다. 너와
같이 의지가 약해서야 앞날이 걱정스럽구나."
  맹자는 즉시 어머니에게 사죄하고, 다시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그 후 맹자는 학문에 힘써, 오늘날까지 모두가 다 아는 유명한 사상가가
되었던 것입니다.
  학문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지 도중에 중단하면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중단하지 않고 무언가를 끝까지 이루어 내는 인내력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깁시다.
맹자:사람의 이름. 본디 이름은 맹가이다, 책 이름.
맹하:초여름.
모교:자기가 졸업한 학교.
모성애: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깊은 애정.
삼익우:곧은 벗.성실한 벗. 즉, 사귀어서 이익이 되는 세 가지 타입의 벗.
삼척동자:키가 석자 되는 아이. 곧 어린아이.
      명경지수
    맑은 거울과 조용히 머물러 있는 물과 같은 마음
  명은 밝다, 경은 거울, 지는 조용하다, 수는 물. 그러므로 명경지수는 맑은
거울과 조용히 머물러 있는 물을 의미합니다.
  자아,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해서 명경지수라는 말이 생겨났는지 알아보기로
할까요?
  옛날 노나라에 왕태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왕태는 발목이 잘리는 형벌을
받은 전과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스승으로
받들었습니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강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 하나
가르치는 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그 곳에 가면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왕태라는 사람은 어떤 인물이기에 그럴까요?
  공자는 왕태라는 사람의 위대한 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사물의 근원은 하나이다. 예를 들면 살고 죽는 이조차 근원은 하나이다.
이 진리를 체득한 왕태에게 있어서는, 발목 하나를 잃는 것도 흙덩이를 버리는
일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의 마음은 마치 정지해 있는 물과 같다. 흐르는
물은 거울이 되지 못하지만, 정지해 있는 물은 모든 모습을 비쳐낼 수가 있다."
  이상과 같은 말은 장자라는 책에 있는데,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온전히
받아 들이는 깨달음의 경지에 달하여, 다른 사람의 미혹(정신이 헷갈려서
갈팡질팡 헤맴)을 비쳐내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된 사람을 명경지수에 비유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알기 쉽게 다시 말하면, 명경지수는 무언가에 의해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고요한 상태를 말합니다.
  어때요? 명경지수라는 말을 알았으니, 여러분도 명경지수와 같은 고요한
마음을 가져 보지 않겠어요?
명년:이듬해. 내년.
명철:총명하고 사리에 밝음.
경면:거울이 비치는 면.
경청:거울과 같이 맑고 깨끗함.
지숙:어떤 곳에서 머물러 잠.
지혈:밖으로 나오던 피가 멈춤.
수온:물의 온도.
수재:큰 물로 인한 재앙.
      무용지용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쓸모가 있다
  무용은 쓸모가 없는 것, 용은 유용을 생략한 것으로 쓸모가 있는 것, 따라서
무용지용이라는 말은 평상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던 것이 실은 쓸모가 있다,
아니,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야말로 실은 쓸모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째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지요?
무용지용이라는 말은 장자라는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장자라는 책은 장자라는
사람의 주장을 모아 놓은 책인데 그는 이 책 속에서 되풀이하여 무용지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용지용의 의미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하지요.
  만약 여러분이 친구와 열심히 토론을 하고 있는 중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시다.
  "네 이론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그럴 때 여러분은 이렇게 반박할 수 있을 거예요.
  "쓸모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쓸모 있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알기 쉽게 예를 들어 보지. 우리 두 사람이 서있는
지구는 한없이 넓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서 있기 위해 필요한 땅은 두 발을
놓을 수 있는 약간의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발을 놓을
수 있는 땅만 남겨 놓고 주위의 땅을 모두 깎아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도 발을 딛고 있는 땅이 우리에게 쓸모가 있을ㄲ?"
  그러면 친구는 다음과 같이 말할 거예요.
  "그야, 그런 상태에서는 발을 딛고 있는 땅도 쓸모가 없어지겠지."
  "그것 봐라. 쓸모 없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쓸모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았겠지?"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통쾌한 승리지요? 이것이 바로 장자라는 사람이
주장하는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쓸모 있는 것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잘 생각하면서 한 번 주위를 살펴보세요. 쓸모 없는 듯하지만
실은 쓸모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을 거에요.
  안녕하세요!,안녕히 가세요! 하는 인사말 같은 것이 일을 하는 데에는 별로
쓸모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인사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무척 서먹서먹해질 거예요. 만나면 웃는 낯으로 인사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아주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겠지요.
  얼른 생각할 때 별로 쓸모가 없는 것 같아도 이렇게 인간의 생활에 윤기를
주거나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의외로 많답니다.
  무용지물-쓸모 없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쓸모가 있는 것이다! 모두 아셨지요?
무명: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음.
무상:인생의 덧없음.
용구:무엇을 하거나 만드는 데에 쓰는 기구.
용무:볼일, 필요한 임무.
용법:쓰는 방법.
용지:어떤 일에 쓰이는 종이.
      미생지신
    미생이라는 사람의 약속 지키는 마음
  미생은 사람의 이름이고, 지는 의, 신은 믿는다는 뜻입니다.다시 말해
신이라는 한자는 본디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신으 인간 관계의 기본으로,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태연히 거짓말을 한다든지, 약속을 함부로
깨뜨린다든지 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신은 미덕 입니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덕도, 지나치거나 그에 너무 구애를 받으면 오히려
나쁠 경우도 있습니다.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지나치면 생활에 융통성이
없어 집니다.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미생지신 입니다.
  옛날 중국의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미생에게는 사람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우 사람은 데이트를 즐기고, 다음에 만날 약속을
했습니다.
  "잘 가요. 다음엔 저기 보이는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해요."
  "예."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 미생은 일찌감치 다리 밑에 가서
기다렸습니다. 강가엔 버들이 늘어져 있고, 강물은 평화롭게 흐르고 있습니다.
미생은 다리 밑에서 강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하고 연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세,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뿌리지 않겠어요. 처음에는
조금씩 내리던 비가 금세 장대같이 굵은 빗줄기가 되어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생의 옷은 비에 완전히 젖었습니다.
  '아아, 어째서 나의 임은 오시지 않을까?'
  이제 비는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부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강물은 자꾸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생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비가 와서 늦어지고 있을 뿐이야. 곧 오시겠지.'
  미생이 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강물은 점점 불어 미생의
허리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래도 연인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미생의 목까지 강물이 차올랐습니다.
  마침내 미생은 다리를 붙잡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죽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었던 듯, 장자라는 책에도 이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고, 그밖에 전국책,회남자,사기 등의 책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읽고 무엇을 느꼈나요?
  사람은 약속을 잘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은 현대인의
교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생처럼 목숨을 잃어 가면서 약속 장소를 지키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불어나는 강물을 피해 다른데 가 있다가 다시 왔으면 목숨도 잃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도 다시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어린이 여러분은 약속을 잘 지키되, 미생과 같은 우직함을 범하지는
말아야겠죠?
미말:끝. 맨 아래.
미행:몰래 사람의 뒤를 따라감.
생게:살아나갈 방법.
생존:살아있음. 끝까지 살아 남음.
신념:굳게 믿어 의심하지 않는 마음.
신용:약속 지킬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음.
      방약무인
    마치 곁에 사람이 없는 것같이 하다
  방은 옆의 뜻이고, 약은 마치-같다는 뜻이고, 무는 없다, 인은 사람의
뜻입니다. 따라서 방약무인은 마치 곁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같이 행동한다는
뜻이 됩니다.
  사기의 자객열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의 시황제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형가라는 사람이 아직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지사들을 사귀고 있을 무렵입니다. 연나라에서 축(거문고와 비슷한
악기)의 명수인 고점리라는 사람과 알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곧 의기가
투합하여, 같이 술을 마시며 돌아다녔습니다. 술에 취하면, 고점리는 축을
연주하고, 형가는 노래를 부르다가, 이윽고는 서로 잡고 소리내어 울었는데,
마치 가까이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같이 하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방약무인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오늘날에는 방약무인한 행동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무례한 행동을 의미합니다만, 사기의 자객열전에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가리켜 방약무인이라는 말로 표현했을 뿐, 비난하는 의미로는
쓰고 있지 않습니다.
방관:어떤 일에 관계하지 아니하고 옆에서 구경함.
방조:옆에서 도와 줌.
약간:얼마 안 됨.
약명:젊은이의 목숨.
무식:지식이 없음.
무죄:아무 잘못과 허물이 없음.
인공:사람이 자연물에 가공하는 일.
인명:사람의 목숨.
      배수지진
    강을 뒤로 하고 친 진
  배는 뒤, 수는 물, 진은 진(적과 싸울 때 대오를 편성하는 것).
  배수지진은 생략해서 배수진리라 하기도 하며, 강을 뒤로 하고 치는 진을
말합니다.따라서 심상치 않은 결의를 가슴에 품고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고 일에
임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사기라는 역사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옛날,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결룰 때 유방의 총사령관으로 활약한 한신이라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백만대군을 자유 자재로 움직였다고 하니 용병에는 특히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 한신이 유방의 명령을 받고 조나라를 공략할 때의 일입니다.
  한신의 군대는 겨우 일만 명. 그런데 조나라 군대는 이십만 명입니다.
정상으로 싸워서는 백에 하나도 이길 확률이 없습니다. 이 때 한신은 일부러
강을 뒤로 하고 진을 쳤습니다. 바로 배수진입니다.
  그것을 보고 적은 "흥 바보 같은 장군이로군 아주 죽으려고 각오를
했구나"하며 의기 양양하게 쳐들어 왔습니다.
  뒤에는 강물입니다. 도망갈 데도 없습니다. 한신의 군대는 죽을 힘을 다해
싸울 수밖에 별 도리가 없습니다. 정신 없이 싸우고 있는 동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십만 적의 대군이 크게 패해 도망을 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승리입니다. 일만 명이 이십만 명을 무찌른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싸움이 끝난 후에 참모들이 한신에게 물었습니다.
  "배수진같은 터무니 없는 작전으로 어떻게 쾌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까?"
  참모들의 물음에 한신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병법에도 군사를 사지에 두고서야 비로소 사는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것을 조금 응용한 것이 이 배수진이지. 우리 군대는 여기 저기서 끌어모은
그야말로 오합지중이 아닌가. 게다가 숫자에 있어서도 1만과 20만이고. 정면으로
붙어 싸우면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뿔뿔이 흩어져 도망갈 것은 뻔한 일이지.
그래서 사지에 두어 본 것일세."
  여기서 말하는 사지란 절체 절명의 상태 즉 아무리 하여도 빠져 나올 수 없는
궁한 상태를 말합니다.
  손자의 병법에 병사를 사지에 둔 연후에 산다고했습니다. 병사를 사지에 두면
죽을 수밖에 없는 가운데에서 살길을 찾아 필사적으로 싸우게 된다는 것이지요.
  한신의 배수진은 이것을 응용한 것이었습니다.
  병법에서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에서도 몇 번쯤 막다른 곳에 몰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한신처럼 배수진을 치고 자신을 분발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할 수 있겠지요.
배경:뒤의 경치. 혹은 무대 뒷벽에 꾸민 경치. 흔히 뒤에서 도와 주는 사람이나
힘을 배경이라고도 한다.
배신:믿음과 의리를 저버림.
수륙:바다와 육지.
수산:물 속에서 나오는 산물.
진용:진의 모습.
진지:적과 싸울 목적으로 부대가 배치되어 있는 터.
      사면초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의 노래 소리
  그 때까지 한편이었던 사람까지 적으로 돌아서 버려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상태일 때 사용되는 말입니다.
  사면은 사방 초는 초나라 가는 노래.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의 노래
소리는 사면초가라는 한자의 뜻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 본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사면초가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모른다면, '아니,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의 노래 소리가 뭘 어쨌다는 거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게
틀림없습니다.
 자아, 그럼 지금부터 사면초가라는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이야기는 옛날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장군 항우는 진시황제에 의해 멸망한
초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대대로 초나라 장군을 지낸 명문 귀족 집안의
자제로,비할 데 없는 용기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장군이었지요.항우는
자신의 부하는 아끼고 사랑한 반면 적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진시황이 죽자, 진의 폭정에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들고
일어났는데, 그 때 항우도 '강동'의 젊은이들 8천 명을 이끌고 여러 차례의 격전
끝에 진을 멸망시키고 천하의 패자가 되었습니다.
 같은 무렵, 한왕 유방도 점차 실력을 길러 가고 있었습니다. 유방은 관대한
성품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을 잘 쓸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한 번은 항우에 의해서 파.촉의 변두리 땅으로 밀려간 적이 있었지만, 그 후
다시 세력을 회복하여, 곡창지대인 관중땅을 근거지로 삼아 항우와 대결하게
되었습니다. 싸움을 할 때마다 유방의 군대는 언제나 항우의 정예군에 의해
여지없이 깨져 패주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나 뒤에 관중이라는 풍부한
보급원을 가진 유방의 군대는 항우군이 물러가면 곧 세력을 회복하곤 했습니다.
반면 항우는 각지를 다니면서 싸울 수 밖에 에 없게 되어 서서히 유방군의
세력이 우세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항우는 해하(지금의 안휘성 내)라는 곳으로 밀려 성 안에 틀어박히게
되었는데 이미 싸울 힘은 없어지고 식량도 바닥이 난 상태였습니다. 성 주위는
유방군과 제후의 연합 군대가 완전히 둘러싸고 있고요.
  그날 밤 잠을 자던 항우는 귓결에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났습니다. 그 노래 소리는 적의 진지로부터 들려오고 있었는데, 모두가
초나라의 노래였습니다.
  '이럴 수가! 우리 초나라 병사들이 모두 적에게 항복을 했단 말인가!'
  완전히 잠에서 깬 항우는 애인인 우희를 상대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술을 마시던 항우는 격렬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산을 들어올리는 힘도
천하를 압도하는 기개도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되었구나.
추야, 너도 걸을 수가 없느냐.
아아, 우희야!우희야! 너를 어찌할 거나.
  추는 항우가 아끼던 말의 이름이고 우희는 항우가 가장 사랑하던 애첩입니다.
우희도 항우와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항우의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항우를 가까이 모시던 신하도 엎드려 눈물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날이 밝자, 항우는 정예 8백기를 이끌고 좌충우돌 적진을 뚫고 오강까지
이르렀으나, 그 곳에서 최후의 분전을 하고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에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항우가 어째서 사면초가의 상태에까지 이르러
멸망했을까요?
  항우라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크나큰 자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만큼
부하가 아무리 훌륭한 대책을 말해도 너희들 따위가 무엇을 알겠느냐는 태도로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의 능력만 믿고
부하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이 사면초가의 상태로까지 그를
몰고 간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계:봄,여름,가을,겨울.
사군자:군자와 같다는 매화,국화,난초,대나무를 일컫는 말.
면목:남을 대하는 낯.
면전:서로 보는 앞.
초성:초나라의 음악.
초죽:초나라 지방에서 나는 대의 일종.
가무:노래와 춤.
가수:노래 부르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사족
    뱀의다리
  사는 '뱀', 족은'다리'. 따라서 사족은 '뱀의 다리'를 의미합니다. '뱀의
다리'라고? 아니, 뱀에는 다리가 없잖아요.
  그렇습니다. 뱀에는 다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사족이란 말은 '있어도 유익하지
않은 것', 혹은'아무런 이익이 없는 쓸데없는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사족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알아봅시다.
  <전국책>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초나라에 '소양'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초나라를 위해 위나라를 쳐서
여덟 개의 성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제나라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그 소문을 듣고, '진진'이라는 사람이 제나라를 위해 소양을 설득하려
왔습니다.
  진진은 우선 소양에게 큰절로 전쟁에 이긴 것을 축하하고,몸을 일으켜
물었습니다.
  "장군께서는 초나라를 위해 위나라의 여덟 성을 빼앗으셨습니다. 초나라에서는
그런 공을 세우면 어떤 벼슬을 내려 주시는지요."
  "그야, 최고의 벼슬이 주어질 테지요."
  "그러면, 최고의 벼슬은 어떤 것입니까?"
  "영윤(재상)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영윤은 귀한 벼슬입니다. 그러나 장군께서는 이미 영운의 자리에
계십니다. 제가 장군울 위해 은밀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하고 진진은 소양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초나라에 사자(제사를 맡은 사람)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어느날 제사를
끝내고 보니, 술이 큰 잔으로 한 잔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술을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시종들에게 주었습니다. 참으로 향기롭고 맛있는
술이었습니다.
  시종들은 그 술을 받아들고 의논을 했습니다.
  "여럿이 나누어 마시기에는 적은 술이지만 혼자 먹기에는 충분한 술일세.
그러니 우리 내기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다 마시는게 어떻겠나?"
  "그것 좋네. 그럼 무슨 내기를 할까?"
  "뱀을 그리기로 하세. 뱀을 가장 먼저 그리는 사람이 이 술을 다 먹는 걸세."
  이렇게 하여 시종들은 땅에 열심히 뱀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뱀을 아주 잘 그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능숙하게 뱀을
그렸습니다.
"자아 나는 벌써 뱀을 다 그렸으니, 이 술은 내것일세."
하면서 그는 왼손으로 술잔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끙끙거리며
뱀을 그리고 있습니다. 뱀을 다 그린 사람은 은근히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싶어졌습니다.
  "흠 모두들 정말 못 그리는군. 나는 뱀에 다리도 그릴 수 있다구!"
하면서, 그는 왼손에 술잔을 든 채, 오른손으로 뱀에 다리를 그렸습니다. 그가
뱀에 다리를 그려 넣는 동안, 다른 사람이 뱀을 다 그리고는 얼른 술잔을
빼앗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뱀에는 다리가 없는데 다리를 그렸으니,
그것은 뱀이 아닐세. 그러므로 내가 제일 먼저 뱀을 그렸으니, 이 술은 내
것일세."
  그리하여, 제일 먼저 뱀을 그렸던 사람은 술을 마시지 못했습니다.
  진진은 이야기를 끝내고 다시 소양에게 말했습니다.
  "장군은 지금 위나라를 쳐서 여덟 성을 빼앗아 초나라에 더했습니다. 그런데도
장군께서는 다시 조나라를 치려 하십니다. 조나라에서는 장군의 위세에
벌벌떨고 있습니다. 그토록 장군의 위세와 명성은 천하를 뒤흔들고 계시는
것입니다. 게다가 장군은 이미 영윤의 자리에 계십니다. 더 이상 높아질 벼슬이
없습니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전투를 해서 패하는 일이 없고, 더구나 멈출
줄을 모르는 사람은 멀지 않아 그의 벼슬을 다른 사람이 하게 될 것입니다.
  뱀의 발을 그려서 좋은 술을 마시지 못한 사람과 똑같은 일이지요."
  진진의 말에 소양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연 그렇구려."
  그렇게 하여, 소양은 제나라를 치지 않고 군사를 돌렸다고 합니다.
  사족이라는 말은 이로부터 나온 말입니다.
사독:뱀의 몸 속에 있는 독.
사심:뱀과 같이 표독스럽고 질투가 심한 마음.
족음:발짝 소리.
족적:걸어 온 발자취.
      새옹지마
    변방에 사는 늙은이의 말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어른들이 쓰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지요?새옹지마는 오늘날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고사 성어 중의 하나입니다.
  새는 변방, 옹은 늙은이, 지 는의,마는 말. 따라서 새옹지마는 변방에서 사는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변방에서 사는 늙은이의 말이 어찌 되었다는 말인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 봅시다.
  옛날 중국의 변방에 한 늙은이가 살았습니다. 그 늙은이에게는 가족이라곤
아들 하나와 말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늙은이의 말이 국경을
넘어 북쪽으로 달아났습니다. 참 큰일이지요?
  동네 사람들이 늙은이를 불쌍하게 여겨 위로해 주고자 했습니다.
  "정말 안 되셨습니다. 한 마리밖에 없던 말이 도망을 가 버렸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말을 잃어버린 늙은이는 조금도 슬퍼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웬걸요. 말을 잃어버린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정말 행운이 굴러
들어왔습니다. 도망갔던 말이 훌륭한 수말과 함께 돌아온 거예요. 게다가
도망갔던 말은 새끼를 배고 있었습니다. 늙은이의 집은 금세 말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말이 큰 재산이었던 옛날입니다. 늙은이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축하하고 기뻐해 주었습니다.
  "노인장은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 도망간 줄 알았던 말이 수말을 데리고 오고,
게다가 새끼까지 낳다니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고 있는데도, 늙은이는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노인장은 기쁘지 않으십니까?"
  그러나 늙은이는
  "이 행운이 언젠가 불행의 씨앗이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니 크게 기뻐할
일이 아니지요."
  그러던 중 늙은이의 아들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 그만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쯧쯧, 어쩌다가. 아드님이 저렇게 다리가 부러졌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
하고 늙은이를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늙은이는
  "이 불행한 일이 언젠가 행운을 불러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하며 별로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북쪽 오랑캐가 국경을 넘어 쳐들어 왔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것입니다. 마을의 청년이란 청년은 모두 나가서 싸움을 하다가 전사를 했는데,
늙은이의 아들만은 한쪽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에 싸움터에 나가지 않아
무사했답니다.
  이것이 새옹지마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생에는 행복한 상태와 불행한 상태가 번갈아
찾아온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 이야기를 읽고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여러분은 아직 공부를 하는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얼마나 많은 일이 생기는지 잘 모를 거예요.
  사라미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때도 있고, 나쁜 일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 날뛰고, 나쁜 일이 생기면 절망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새옹지마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서 알았습니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그것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그러므로 좋은 일이
생길 때 나쁜 일이 생길 것을 생각하여 미리 대비해야 겠어요. 반대로 나쁜
일이 생겼다고 언제까지나 나쁜일만 계속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나쁜 일이 생겼다고 절망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런 상태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참아내는 지혜를
가져야겠습니다.
새북:북방, 변경의 땅.
새외:요새의 밖.
옹고: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옹주:왕의 첩의 몸에서 난 딸.
마력:말 한 필의 힘이라는 뜻. 동력의 단위로 쓰인다.
마부:말을 부리는 사람.
      수어지교
    물과 물고기 같은 사귐
  수는 물, 어는 물고기, 지는 의, 교는 사귐을 의미합니다. 즉 수어지교는 물과
물고기 같은 사귐이라는 뜻이지요.
  유비 현덕이 제갈공명의 오두막집에 세 번이나 찾아가서 마침내 제갈공명의
오두막집에 세 번이나 찾아가서 마침내 제갈공명을 군사로 모셔오는 장면은
삼국지에서 유명한 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유비는 공명을 군사로 맞아들인 후에도 그를 두터이 신뢰하여, 모든 작전
계획을 그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바로 이 점이 유비라는 인물의 위대한 점이라
할 수 있겠지요.
  통속편이라는 책에서는 사람을 쓰는 요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으면 등용을 하지 말고, 일단 등용을 했으면 믿어라."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없으면 그 사람을 쓰지 말고, 일단 그 사람을
썼으면 철저히 믿고 일을 맡기라는 말이지요.
  유비의 방법도 이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유비가 새로이 군사로 맞아들인 공명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너무나 많아지자, 오래 전부터 유비를 모셔 온 관우와 장비는 불만스러울
수밖에요. 마침내 두 사람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걱정한 유비는 어느 날 두 사람을 가까이 불러 잘 알아듣도록
타일렀습니다.
  "내게 있어서 공명은 물고기에 있어서 물과 같다. 그러니 앞으로 너희들은
나와 공명의 사귐을 시기하거나 불평하지 말라."
  그로부터 두 사람은 두 번 다시 불평을 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수어지교, 또는 군신수어지교라는 말이 생겨 났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군신 간의 깊은 신뢰 관계를 말하는 것이지요.
  우두머리 되는 사람이 아래 사람을 믿고 쓰면 아래 사람도 그 믿음에
보답하려고 합니다. 공명이 유비가 죽은 다음에도 그 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은, 유비의 두터운 믿음에 보답하려고 한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에 있어서도 똑같습니다. 서로 믿는 곳에 좋은 인간 관계가
싹틉니다. 친구 사이도 그렇고, 부모와 자식 사이도 그렇고, 형제 상이도 그렇고,
선생님과 학생 사이도 그렇습니다.
  이 다음에 여러분이 어른이 되어서 한 회사의 사장님이 되었을 때 이 말을
명심했다가 실천해 보세요.
수심:연못 또는 하천 등의 중심.
수평선:바다 위에 있어서 물과 하늘이 맞닿은 경계선.
어미:물고기의 꼬리.
어유:물고기에서 짜낸 기름.
교대:서로 번갈아 들어서 대신함.
교통:서로 오고 가는 일.
      양상군자
    들보 위의 군자
  양은 들보. 들보란 지붕에 가로댄 나무를 가리킵니다. 즉 양상군자는 들보위의
군자라고 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데, 그러면 들보 위의 군자는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요?
  양상군자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보기로 하지요.
  후한 말기의 일입니다.태구현의 장관은 진식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마음이 공정하고 관대하여 그 현 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심한 흉년이 들었습니다. 식량이 모자라 굶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루는 진식이 밤늦도록 책을 보며 어떻게 하면 어려운 백성을 구제할 수
있을까 골몰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지붕의 들보 위에 웅크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옳지, 도둑이로구나.'
  진식은 이것을 자손들에게 산 교훈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옷깃을 단정히 여미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아들 내외와 손자들을
불렀습니다. 아들 내외와 손자들은 밤에 무슨 일인가 싶어 황급히 진식의 앞에
대령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버님!"
하고 아들 내외가 묻자 진식은 지붕의 들보 위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본디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다. 습관이 잘못 들어,
그것이 어느 틈엔가 마치 그의 본성처럼 되었을 뿐이다. 들보 위의 군자도
그래서 나쁜 짓을 하게 된 것이니, 너희들은 습관을 잘 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 소리를 듣고 들보 위에 있던 도둑은 황급히 내려와 진식에게 사죄를
하였습니다.
  "제가 잘봇했습니다. 제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도둑이 사죄하자, 진식은
  "너의 얼굴을 보아하니, 나쁜 짓을 할 사람 같지는 않구나. 깊이 반성하여
나쁜 짓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긴다면 반드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며, 도둑에게 비단 두 필을 주어 돌려보냈답니다.
  이 이야기에서부터 양상군자는 도둑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둑이라는 뜻에서부터 양상군자를 쥐에 비유하여 쓰기도 합니다.
양동:동량이라고도 한다. 들보와 마룻대. 들보와 마룻대는 집을 짓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매우 중요한 것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주량:기둥과 들보.
상경:서울로 올라감.
상하일치: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마음을 합침.
군신:임금과 신하. 군위 군주의 지위.
자녀:아들과 딸.
자식:아들, 자식.
      양약고어구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양약은 좋은 약, 고는 쓰다, 구는 입. 따라서 양약고어구는 좋은 약은 입에
쓰다의 뜻이 됩니다.
  그러면 이 말이 생겨난 유래를 알아봅시다.
  여러 나라로 갈라져 서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일삼던 중국을 진시황이
통일하여 진나라를 세웠지만, 진시황이 죽자, 천하는 또다시 어지러워졌습니다.
  서로 천하의 패권을 잡기 위해 일어섰는데, 그 중에서 끝까지 다툰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한의 유방과 초의 항우였습니다. 두사람은 진나라 서울인
함양에 누가 먼저 들어가느냐를 놓고 서로 경쟁을 했습니다.
  경쟁 상대인 항우보다 한 발 앞서 진나라 서울을 점령한 유방은 진나라
궁전의 호화로움과 아름다운 미인에 정신이 빠져 그만 마음이 헤이해져
버렸습니다.
  그 때 번쾌라는 용감한 장군이 유방에게 나아와 말했습니다.
  "지금 미인과 보물에 정신을 쏟으실 때가 아니옵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항우가 벌써 함곡관 가까이 도달했다 하옵니다. 우리의 위치가 불안합니다."
  그러나 유방은 장군 번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곳 함양을 점령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생을 해 오지 않았소? 그
공으로 봐서도 좀 편안히 쉬어도 될 것 같은데. 장군도 예쁜 여인을 하나
골라잡아 편히 즐기시구려."
하는 속 편한 대답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군사인 장량이 유방에게
간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무도한 진을 멸하여 사람들을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자신의 신상에 이롭고,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을 낫게 합니다. 부디 장군 번쾌의 말에 따르십시오."
  그제서야 유방은 미인과 보물을 아까운 듯이 한 차례 둘러보고는 자신이
점령한 궁에서 물러나왔습니다.
  만약 우방이 변쾌와 장량의 말을 듣고 궁에서 물러나오지 않았더라면, 나중에
우방은 항우에게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양약고어구 라는  말은, 당시에는 고통스럽지만 나중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유익한 말, 또는 꾸지람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역사책 가운데 하나인 <사기>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도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의 꾸지람에 무조건 불평만 하지 말고, 이
말을 한 변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양민:선량한 백성.
양심: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도리.
약국:약을 지어 파는 곳.
약용:약으로 씀.
고생:괴롭고 어려운 생활.
고학:학비를 자기 힘으로 고생하여 벌어서 배움.
구두:마주 대하여 입으로 하는 말.
구령:여러 사람의 행동을 같이 하기 위히서 부르는 호평.
      어부지리
    어부의 이득
  유명한 논객 소진의 동생인 소대도 형을 닮아 변설이 교묘한 사람이었습니다.
  소대는 특히 연나라를 위해서 일을 했는데, 조나라가 연나라를 치려 했습니다.
  그래서 소대는 연나라를 위해 조나라에 가서 혜왕을 설득하게 되었습니다.
  소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혜왕에게 했습니다.
  제가 이리로 오던 도둥에 역수를 건너다가 큰 조개가 입을 벌리고 햇볕을
쬐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본 도요새가 조개의 살을
쪼았습니다. 그러자 조개는 화가 나서 입을 딱 다물었습니다.
  도요새가 말했습니다.
  "만약 오늘도 비가 오지 않고 내일도 비가 오지 않는다면 너는 말라 죽을
거다."
  그러자 조개도 지지 않고 대꾸했습니다.
  "흥! 내가 오늘도 네 부리를 놓아 주지 않고 내일도 놓아 주지 않는다면, 너는
굶어 죽을 거다."
  도요새와 조개는 서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싸웠습니다. 그 때 마침 어부가
둘이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옳지! 두 녀석이 싸우느라고 정신이 없구나. 이럴 때 두 놈을 다 잡아야지."
  어부는 도요새와 조개가 싸우고 있는 틈을 타서 둘다 잡았습니다.
  "왕이시여, 지금 왕께서는 연나라를 치려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연나라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만약 왕께서 연나라를 치신다면, 연나라는 온힘을 기울여
왕의 군대를 막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두 나라 백성의 생활이 모두
곤궁해진다면, 강한 진나라가 어부가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깊이 생각해 주십시오."
  소대의 말을 듣고 조나라 혜왕은 연나라를 치지 않았답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어부지리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틈을 타 이득을 얻는 것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어망:물고기를 잡는 그물.
어업: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 직업.
부부:남편과 아내.
부역:공공의 일을 위해, 국민을 강제로 사역하는 것.
이기심:자기의 이익만을 꾀하고 남을 돌보지 않는 마음.
이용:쓸모 있게 씀.
      여도지죄
    먹다 남긴 복숭아의 죄
  여는 남기다, 도는 복숭아, 죄는 죄. 따라서 여도지죄는 먹다 남긴 복숭아의
죄로 얾길 수 있습니다.
  '먹다 남긴 복숭아의 죄'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이렇게 고사성어에는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모르면 절대로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여도지죄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보기로 하지요.
  옛날 위나라에 미자하라는 미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매우 아름다워,
위나라 왕에게 깊은 총애를 받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한밤중에 미자하는 급한 전갈을 받았습니다.
  "미자하님, 어머니께서 몹시 위독하십니다!"
  그 소리를 듣자, 미자하는 앞 뒤 생각도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고 궁전을
빠져나가 어머니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임금의 허락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면 다리를 자르는 형벌에 처해지던
때입니다.
  신하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임금에게 고했습니다.
  "미자하가 불충스럽게도 제 마음대로 임금님의 수레를 탔습니다. 다리를
자르는 벌을 내리시옵소서."
  그러자 왕은
  "참으로 효성이 깊은 소년이 아니냐. 다리가 잘리는 형벌에 처해질 것을
알면서도 나의 수레를 타고 나가다니, 그 효성이 갸륵하도다."
하며 벌을 주기는커녕 상을 주었습니다.
  또 임금과 과수원에서 산책을 하며 놀고 있을 때였습니다.
  미자하는 자기가 한 입 깨물어 먹은 복숭아를 왕께 올리며 말했습니다.
  "임금님, 참으로 맛있는 복숭아이옵니다. 드셔 보십시오."
  왕은 미자하가 내미는 복숭아를 받아 먹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신하들이
말했습니다.
  "미자하는 참으로 불충스러운 놈입니다. 감히 제가 먹던 복숭아를 임금님께
드리다니, 중벌을 내리시옵서어."
  그러나 왕은
  "아니다. 그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가. 그렇게 맛있는 봉숭아를 자기가 먹지
않고 나를 주었도다."
하면서, 벌을 주기는커녕 상을 주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럽던 미자하는 세월은
어쩌는 수가 없어서, 옛날처럼 아름답지가 못했습니다.
  임금은 이제 미자하가 옛날처럼 사랑스럽지 않았습니다. 옛날에는 하는
짓마다 예쁘게 보이더니 이젠 하는 짓마다 밉게만 보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미자하는 작은 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위나라 왕이 말했습니다.
  "저 녀석은 옛날에 거짓말을 하고 나의 수레를 탔으며, 또 내게 먹던 복숭아를
먹인 불측한 녀석이로다. 그러니 당장 벌을 내리도록 하라!"
  그래서 미자하는 자기가 지은 죄보다 더 무거운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사실 미자하의 행동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똑같은 행동이 사랑을 받을 때는 덕이 되고, 사랑을 잃었을 때는 죄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우선 우리는 오랫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대가 한
나라의 임금인 경우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겠지요.
  자아, 이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정을 이야기하고, 또 어떻게 공동 생활을 해
나가 야 좋을지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세요.
여념:딴 생각.
여생:앞으로 남은 인생.
도림:복숭아 나무 숲.
도화:복숭아 꽃.
죄목:범죄 행위의 명목.
죄수:죄를 지어 벌을 받고 있는 사람.           
      오십보백보
    오십 발짝이나 백 발짝이나 그게 그거
  오십보백보는 약간의 차이는 그게 그거로 별로 다를게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옛날 중국이 전국 시대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나라마다 어떻게
하면 자기의 나라가 강해질 수 있을까 고심을 했습니다.
  그 무렵 맹자는
  "국민을 괴롭히는 정치를 해서는 안 도니다. 국민을 사랑하는 도덕적 정치를
해야 한다. 핵무기보다는 밥이다. 국민의 배가 부르면, 핵무기가 없어도 국민이
단결을 하기 ㄸ대문에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주위의 나라도 그에
감화되어, 전쟁이 없어지고 천하에 평화가 올 것이다."
라고 각 나라의 왕들을 설득하고 다녔습니다.
  맹자가 양나라에 갔을 때입니다.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서 국민을 소중히 했습니다만, 별로 강한 나라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선생의 도덕적ㄷ 정치라는 것은 실제로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혜왕의 말에 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시니까, 전쟁 이야기를 예로 들지요. 한창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적군의 기세가 무서워 도망친 병사가 있습니다. 한 병사는
오십 발짝을 도망치고, 한 병사는 백 발짝을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오십 발짝을
도망친 병사가 백 발짝을 도망친 병사에게 백 발짝이나 도망치다니,
겁장이놈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오십 발짝을 도망친 놈이나 백 발짝을 도망친
놈이나 도망치긴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그것을 아신다면, 왕께서 국민을 소중히 한다는 것도, 다른 나라 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이 이야기에서부터 오십보백보라는 말이 나왔답니다.
  혜왕의 이른바 도덕 정치라는 것도, 근본적인 도덕정치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른 나라의 왕과 오십보백보라는 거지요.
  우리 나라의 속담에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는데,
같은 의미로 쓰여지는 말입니다.
오관: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 기관.
오륜기:올림픽 대회에 쓰이는 기. 십년지계:앞으로 십 년간을 목표로 한 긴 계획.
십우:십일 안에 한 번 오는 비. 때를 ㅁ춘 좋은 비.
보도: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
백대:멀고 오랜 세대.
백전노장:세상의 온갖 풍파를 다 겪은 사람.
보행:걸어감.
      오월동주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다
  오는 오나라, 월은 월나라, 동은 같다, 주는 배입니다. 즉 오월동주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다라는 뜻인데 어째서 이 말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생겨났을까요?
  오나라와 월나라는 춘추 시대 후기, 양자강 하류의남방에 세력을 뻗은 신흥
국가입니다.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지요.
  수리의 싸움에서 오왕 합려가 부상당하여 죽은 것에 의해서 시적된 오나라와
월나라의 이십여 년에 걸친 복수전은 와신상담의 고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오나라와 월나라의 백성들은 서로 만나기만하면 으르렁거리는
원수지간이 되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사이가 나쁜 원수지간이라도, 함께 탄 배가
풍랑을 만나 위험하게 되면 서로 왼팔과 오른팔처럼 협력하여 위험에
대처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비유하여 말할 때, 우리는 오월동주라는
말을 씁니다.
  손자 병법이란 책에서는 이런 비유를 인용하여 전쟁의 요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손자에 의하면, 군대는 상산의 뱀처럼 긴밀히 협조하는 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산에 솔연이라는 이름의 뱀이 한 마리 있었습니다. 이 뱀은 사람이 머리를
치면 꼬리로 공격해 오고 꼬리를 치면 머리로 공격해 오고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로 동시에 공격해 온다고 힙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군대도 긴밀한 협조
체제하에 임기 응변(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모든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요? 손자는 가능하다고 하면서 이 오월동주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경우엔 원수지간의 나라 사람들끼리도 서로 돕게
된다는 것. 그러므로 군대를 절체 절명의 위기에 서게 하여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이 필사적인 마음을 가지게 하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나라 장군 한신은 조나라를 공격할 때 강을 뒤에 두고 진을
쳤습니다(배수지진). 그것을 보고 조나라 군대는 한군을 비웃으면서 공격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단 싸움이 시작되자, 한의 전군은 죽기를 각오하고 대항해
왔습니다. 필사적인 한군의 저항 앞에 조군은 주춤거리다가 마침내 크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배수진으로 유명한 전법입니다.
  병사의 입장으로 보면 여기서 패하면 도망갈 길이 없어 전멸하게 되니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지요.
  오월동주와 맥락이 통하는 사고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아:오나라의 아이.
오어:오나라의 말.
월년: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함.
월등:훨씬 나음.
동갑:나이가 같음.
동행:길을 같이 감. 또는 그 사람.
주거:배에서 하는 살림.
주전:배를 타고 하는 싸움.
      온고지신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
  온은 본디 고기를 걸쭉하게 익혀 수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는
과거의 사건 즉 역사를 의미합니다. 지는 알다, 신은 새로운 것. 따라서
온고지신은 역사를 탐구하여, 그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엔 앞일을 알기가 너무나 어려워."
  그래서 큰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님들은 옛날보다 회사를 꾸려 가기가 더
힘들다고 합니다.
  사실 무슨 일을 할 때 앞일을 알고 일을 한다면 실패하는 일이 없겠지요.
실패하기는커녕 남보다 월등하게 앞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옛날에는 앞일을 잘 알 수 있었는데 오늘날만 그렇게 앞일을 알기가
glaemfs 걸까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이든 앞일을 아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의 선조들 역시 어떻게 하면 앞일을 예측할 수 있을까
고심해 왔습니다.
  그런 선조들의 고심과 행적을 기록한 것이 이른바 역사입니다. 그러므로
역사책을 읽고 선조들의 행적을 배운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을 말한 것이 온고지신입니다.
  논어에 있는 구절을 여기에 옮겨 보지요.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면 그로써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고 배우는 것에 의해서 현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를 알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하는 사람은 남을 지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우리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아는 것을 통해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쉽고도 분명한 사실을 우리는 까맣게
잊고 있는게 아닌지요.
  옛것을 배우는 일은 이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오도:덥고 추운 정도.
온천:뜨거운 물이 나오는 샘.
고사:옛날에 있었던 일. 에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일.
고향: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지기:자기를 잘 알아 주는 친구.
지족:분수를 지키어 만족할 줄 앎.
신식:새로운 형식.
신품:새로운 물품.
      와신상담
    땔나무 위에 눕고 쓸개를 핥다
  와는 눕다, 신은 땔나무, 상은 핥다, 담은 쓸개. 따라서 와신상담은 땔나무
위에 눕고 쓸개를 핥다가 됩니다.
  무엇 때문에 푹신한 이부 자리 위에 눕지 않고 땔나무 위에 눕고, 그 쓴
쓸개를 핥을까요?
  그럼 이제부터 무엇 때문에 와신상담을 했는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18사략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이천오백 년 전쯤의 일입니다.강남의 땅을 무대로 오나라와
월나라가 심한 싸움을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중국 역사에서는 오월의
싸움이라고 힙니다.
  오나라의 합려가 군대를 이끌고 월나라를 공격했습니다. 그 때 월나라의 왕은
구천. 구천은 합려가 이끄는 군대를 수리라는 곳에서 보기 좋게 격파했습니다.
그 싸움에서 오왕 합려는 부상을 당해 이윽고 죽게 되었습니다.
  합려는 태자 부차에게 복ㅅ할 것을 당부하고 죽었습니다.
  "태자야, 아버지의 원수는 월왕 구천이니라. 반드시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
다오."
  마침내 합려는 죽고, 부차가 오왕이 되었습니다.
  부차는 아버지가 죽자, 푹신한 비단 이불에서 자지않고, 가시가 마구 찌르는
땔나무 위에서 잤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 사람을 세워 놓고, 자기가 들어오고
나갈 때면
  "부차여 그대는 아버지의 원수를 잊었느가!"
하고 말하게 했습니다.
  리렇게 밤낮으로 부차가 원수를 갚기 위해 벼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월왕
구천은 중신인 범려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오나라로 쳐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월왕 구천의 쓰디쓴 패배.
  월왕은 회계산에서 굴욕적으로 부차에게 항복을 했습니다. 월나라의 모든
보배를 부차에게 바치고 구천 자신은 부차의 하인이 되기로 한 것입니다.
  구천이 오나라의 궁전에서 부차의 하인 노릇 하기를 몇 년, 그 동안 범려는
뇌물을 좋아하는 월나라의 벼슬아치 백비에게 많은 뇌물을 바치고, 구천이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부탁을 했습니다.
  백비가 힘쓴 결과 구천은 겨우 월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기 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자리 옆에 쓸개를 걸어놓고 앉을 때나 누울 때나
그 쓸개를 핥으며 스스로 말했습니다.
  "구천아, 너는 회계의 치욕을 잊었는가!"
  그러기를 20년 마침내 구천은 부차를 멸망시켜 회계의 치욕을 씻었던
것입니다.
  와신상담이란 이 두 사람이 각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현대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말인 듯합니다만 그러나 어떤 목적이든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애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노력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목적이 크면 클수록 노력도 많이 해야 하고, 고통도 크겠지요. 그러나 그런
고통을 이겨내고 목적을 달성한 뒤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입니다. 큰 목적을 가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와식:누워서 먹는다는 뜻에서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것을 뜻하게 죄었다.
와치:자면서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쓰지 않고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신목:땔나무,장작.
신수:땔나무와 마실 물. 땔나무와 마실 물은 모두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므로, 봉급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상미:핥아 맛봄.
상식:음식의 맛을 봄. 또는 음식에 독이 섞여 있나 맛을 보는 일.
담대:겁이 없고 용기가 있음.
담략:겁이 없고 꾀가 많음.
      와우각상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
  와우는 달팽이, 각은 뿔입니다. 와우각상은 본디 와우각상지쟁(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을 생략한 말입니다.
  전국 시대의 일입니다. 위나라의 혜왕은 제나라 왕이 약속을 어긴 일로 해서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제 나라를 공격하려고 중신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공격해야 한다는 자도 있고, 공격하면 안 된다는 자도
있었습니다.
  그 때 재상인 혜자가 현자로서 이름 높은 대진인이라는 사람을 혜왕과 만나게
했습니다.
  대진인이라는 사람은 혜왕게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왕께서는 달팽이를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소. 그게 어쨌다는 거지요?"
  "그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만씨라는 자의 나라가 있어서, 끊임없이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에끼 농담도 정도껏 하시구려. 달팽이 뿔이 얼마나 크다고 거기서 영토
싸움을 벌인단 말이오."
  "조금 더 들어 보십시오. 왕께서는 이 우주의 위아래사방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없다고 생각하오."
  "그럼 그 끝없는 세계에서 노니는 자가 이땅 위의 나라들을 보면 이 땅의
아무리 큰 나라라 할지라도 그야말로 티끌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런티끌 같은 나라들 중에 위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이 도읍이 있고, 이
도읍 안에 왕이 살고 계십니다. 그러고 보면 왕은 촉씨나 만씨와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흠 별로 다를게 없다고 볼 수 있군."
  위왕은 어안이 벙벙하여 대진인의 물음에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분명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아주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물며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은 그야말로 달팽이의 뿔에나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속에서
날마다 여거가지 사소한 일에 매달려 악착같이 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그렇게 사소한 일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어 있다 해도
여러분, 우리 마음만은 크게 가집시다.
  사소한 일로 친구와 싸우지 맙시다. 혹 친구와 마음 상하는 일이 있거든 이
와우각상을 생각하세요.
와각:달팽이 뿔.
와적:달팽이가 기어간 자국.
우경:소를 부려 밭을 갊.
우유:암소에서 짜낸 젖.
각도:한 점에서 갈려 나간 수직선의 벌어진 크기.
각립:맞버티어 이기려고 함.
상수:높은 솜씨. 또는 그런 솜씨를 가진 사람.
상위:높은 위치 또는 지위.
      우공이산
    우공 산을 옮기다
  우공이란 사람의 이름이고, 이는 옮긴다는 뜻이며, 산은 여러분이 모두 알고
있는 산입니다. 열자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 태행산과 왕옥산이라는 산이 있었습니다.그 두산 사이에 조그만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 사람들은 산을 넘지 않으면 다른 곳에 나갈 수가
없었지요. 지금도 첩첩 산중에는 교통이 불편한 곳이 많지요?그러니 옛날엔
오죽했게Tdjdyy.
  rm 마을에 우공이라는 90세 먹은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노인이
집에 앉아 산을 쳐다보다가 무릎을 탁치며 말했습니다.
  "옳지! 저 두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자. 산의 흙을 깎아다가 바다에 버리면
될거야. 그러면 거어다니기가 얼마나 편할까."
  노인은 즉시 가족을 모아 놓고 의논을 했습니다.
  "저 두 산을 다른 곳에 옮겨 놓으면 우리가 이웃 마을에 다닐 때 편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저 산을 옮기는 게 어떠냐?"
  노인의 말에 할머니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아니 영감은 그걸 말이라고 하슈. 어떻게 저 산을 옮긴단 말이우."
  그러나 노인의 두 아들은 찬성을 했습니다.
  "그것 좋은 의견입니다. 아버님. 그러면 즉시 일을 시작하도록 하지요."
  그리하여 노인과 두 아들은 삼태기와 괭이를 들고 산 기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산의 흙을 파서 삼태기에 담아 바다에 가져다 쏟았습니다. 노인은
아침에 눈을 뜨기만 하면 산으로 달려가 흙을 팠습니다. 그렇게 날마다 상ㄴ의
흙을 파서는 바다에 가져다 버리는 노인을 보고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아니, 도대체 저 노인이 무엇을 하는 거지?"
  그런데 그 마을에 지수라고 하는 또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노인이 우공이라는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게나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보면 몰르나. 산을 옮기고 있는 중이라네."
  그러자 지수라는 노인은
  "자네가 아무리 열심히 해 보아도 산은 꿈쩍도 하지 않을 걸세. 원 바보 같은
사람 같으니라구."
하며 비웃었습니다. 우공 노인은 지수 노인의 말을 듣고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나의 아들이 할 거고, 나의 아들이 죽으면 또 나의 손자가 할
걸세. 나의 손자가 죽으면 또 그 아들이 할거고. 이렇게 자손 대대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산을 깎아 바다에 버리면 산은 불어나지 않으니 언젠가는 옮겨지지
않겠는가?"
  천제께서 이 말을 듣고 우공의 한결같은 마음에 감동하여 힘 있는 신에게
명령을 내리셨답니다.
  "너는 태행산과 왕옥산을 가져다가 하나는 삭동에 하나는 옹남에 옮겨
놓거라."
하고 말이지요.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이토록 큰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해 보세요. 도저히 일등은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어느
사이엔가 일등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나라에도 이런 시조가 있지요.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메이로다.
오르고 또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메만 높다 하더라.
  우리는 어떤 일을 해 보기 전에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절대로 하지 맙시다.
우민:어리석은 백성.
우직:어리석고 고지식함.
공고:세상 사람에게 널리 알림.
공평:한 편으로 치우치지 아니함.
이동:자리를 변하여 바꿈.
이주:딴 곳으로 옮기어 가서 삶.
산운:산에 끼어 있는 구름.
산하:산과 큰 내.
      월하빙인
    처녀와 총각을 맺어 주는 할아버지
  월은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달이고, 하는 아래, 빙은 얼음, 인은 사람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월하빙인은 본디 월하노(달 아래의 노인)와
빙하인(얼음아래의 사람)이 합쳐진 것으로, 결혼의 중매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자아, 월하빙인이 어째서 결혼 중매인을 가리키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중국 당나라 초기에 위고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부모님을
여의고 외로웠기 때문에 일찍 장가를 들어 가정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청년의 색시로 오겠다는 아가씨가 없었습니다.
  '아아! 이만하면 인물도 괜찮고, 돈도 웬만큼 있는데 어째서 나의 색시로
오겠다는 아가씨가 없는 거지?'
  땅이 꺼져라고 한숨을 내쉬는 청년이 딱해서, 어떤 사람이 한 아가씨를
소개해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아가씨와 만나기로 한 날, 청년은 한껏 멋을 부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가씨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벌써 해가 지고, 대지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아가씨는 오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둥근 달이
떠서 어두워진 밤을 밝혀 주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실망한 청년이 발길을
돌리려 할 때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이상한 노인이 기묘한 글자로 씌어진
책을 읽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년은 호기심에 끌려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어른, 그 책이 무엇입니까?"
  "이 책은 결혼 장부일세. 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빨간 실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것으로 남자와 여자의 발을 이어 놓으면 두 사람은 반드시
부부가 된다네."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의 혼인은 언제 이룽지겠습니까?"
  "아아, 자네는 아직 일러. 자네의 색시가 될 아가씨는 지금 세 살밖에 되지
않았는걸. 그 아이가 열일곱살이 되면 자네에게 시집을 오게 될 걸세."
  노인의 말에 청년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지금 장가를 갈 나이가 되었는데, 내 색시감은
아직 세 살밖에 되지 않았다니, 하지만, 아무래도 보통 노인 같지는 않아. 어디
내 색시감이라는 아기를 한번 보러 갈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말입니까. 노인이 가르쳐 준 아기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못생긴
노파가 안고 있는 아기였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나!'
  화가 머리끝까지 난 청년은 하인에게 비수를 주며 아기를 찔러 죽이라고
했습니다.
  하인은 시장의 북적북적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기회를 엿보다가, 노파가 안고
있는 아기에게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가 다리가 삐끗하면서 비수를 들고
있던 손이 빗나가, 칼은 아기의 이마를 스키고 떨어졌습니다. 노파는 기겁을
해서 도망치고 말았지요.
  r런 일이 있은 후 청년에게는 몇 번의 혼담이 있었지만 하나도 맺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대로 세월은 흘러, 어느덧 14년이 흘러갔습니다.
 그 때까지도 위고는 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위고의 능력을 높이 사서, 위고를 몹시 아껴 주던 장관이 말했습니다.
  "내게 양녀가 있는데, 아주 예쁘다네. 자네를 아껴 그 아이를 자네에게 주려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위고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장관의 딸이라면 자기에게 과분한 신분의
사람인데, 게다가 그 딸은 소문난 미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은, 그 딸은 꽃으로 언제나 이마를 가리고 다니는 점이었습니다.
  나중에 결혼을 한 다음에 알고 보니, 부인은 바로 14년 전에 자기가 하인을
시켜 죽이려 했던 그 아기였습니다.
  위고는 운명의 신비함을 깊이 깨닫고, 평생동안 자기 부인을 아꼈다고 합니다.
월간:다달이 한 번씩 간행하는 일.
월광:달 빛.
하락:값이 떨어짐.
하산:산에서 내려옴.
빙수:얼음 물.
빙해:의심이나 의문이 얼음 녹듯이 풀어짐.
인산인해:사람으로 이룬 산과 바다란 뜻으로 사람이 많이 있다는 말.
인재:재주가 놀라운 사람.
      위편삼절
    죽간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지다
  위는 무두질한 가죽끈이고, 편은 묶다, 절은 끊어지다는 뜻입니다. 즉
위편삼절은 죽간을 묶은 가죽끊이 여러 번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독서하는 것을
형용하는 말입니다.
  중국에서 종이가 벌명된 것은 후한 시대입니다. 그 전에는 대나무를 얇게
깎아, 그 거죽에 옻으로 글자를 썼습니다. 이것을 죽간이라고 하며, 죽간이
많아지면 그것을 가죽끈으로 묶는데 그것이 바로 위입니다.
  그러므로 위편이란 죽간을 위로 묶은 것을 마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책이
됩니다.
  사기라는 책에 의하면, 공자는 만년에 역경에 열중하여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은 결과
  "죽간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했다고 합니다.
  위편삼절할 정도로 독서를 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알고야 말
것입니다.
  요즘엔 읽으라고 권할 수 없는 책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맛이 나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지혜와 용기를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런 책을 위편삼절할 정도로 읽는다면, 여러분이 살아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의: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사냥할 때 입는 옷.
위포:가죽 띠와 가죽 옷. 요즘에는 가죽으로 만든 옷이 비싸지만, 옛날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죽옷을 입었답니다. 그래서 위포라고 하면, 가난한 사람의
의복을 뜻합니다.
편물:털실이나 기타의 실로 의복,장갑,목도리 등을 뜨는 일.
삼등분:셋으로 똑같이 나눔.
삼삼오오:사람이 때를 지어 다니거나, 무슨 일을 하는 모양.
절경:더할 수 없이 훌륭한 경치.
절명:목숨이 끊어짐.
      의심암귀
    의심은 암귀를 만들어 낸다
  의는 의심, 심은 마음, 암귀는 실제론ㄴ 존재하지 않는 괴물을 뜻합니다.
  의심암귀는 본디 의심생암귀가 줄어서 된 말로 의심은 암귀를 만들어 낸다는
뜻입니다.
  의심은 암귀를 만들어 낸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고대 중국의 우화가 많이 기록되어 있는 열자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어떤 남자가 소중히 여기던 큰 도끼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왠지 옆집
아들의 태도가 수상합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이 수상해. 혹시 내 도끼를 저 녀석이 훔쳐간 것이 아닐까?'
하고 도끼를 잃어버린 남자는 옆집 아들을 수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의심을 하면서 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밖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옆집 아들은 자기를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흘끔 흘끔 보는 거 g아며, 말을 조금 더듬는 거 하며, 수상하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틀림없어. 내 도끼는 저 녀석이 훔쳐간 거야. 어떻게 하면 내 도끼를 찾을 수
있을까.'
하고 날마다 생각하던 어느 날, 잃어버렸던 도끼가 곳간의 짚더미 속에서
발련도었습니다.
  "아니, 내 도끼가 여기에 있었단.!"
  도끼를 찾자, 하는 짓마다 수상하게만 보이던 옆집 아들의 태도가 조금도
수상하지 않게 보이는 겁니다.
  우리도 종종 경험하는 것이지만, 정마러 누군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공연히
그 사람의 하는 짓이 모두 수상하게 보이지요. 그러다가 의심이 밝혀지면, 그
때까지 그렇게 수상하게 보이던 행동이, 조금도 수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 말이 의심암귀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공연히 의심하여, 의심암귀가 되지 말아야겠어요.
의문:의심하여 묻는 일.
의심:미심쩍게 여기는 마음. 믿지 못해 이상하게 여기는 마음.
심성: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
심신:마음과 몸. 또는 정신과 신체.
암기:머리 속에 기억하여 잊지 아니함.
암시:넌지시 깨우쳐 줌.
귀곡:귀신이 우는 소리.
귀재:세상에 드물게 뛰어난 재주. 또는 그 사람.
      익자삼우
    사귀어서 이익이 되는 친구의 세 가지 타입.
  익은 이익이 죄다, 자는 사람, 삼은 셋, 우는 벗. 따라서 익자삼우는 사귀어서
이익이 되는 친구의 세 가지 타입이라는 의미입니ㄷ.
  그러면 사귀어서 이익이 되는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요? 공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강직한 사람을 친구로 하고, 성실한 사람을 친구로 하고, 박식한 사람을
친구로 하면 이익이 된다."
  강직한 사람이란 비뚤어진 것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하면 올바른
사람이지요. 어째서 그런 사람이 익우가 될까죠?
  말할 나위도 없이 자기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했을 때 거리낌 없이 지적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을 친구로 하면 설령 잘못을 범했다 하더라도 늦기
전에 그 잘못을 고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성실한 사람을 친구로 하면 자기도 그 사람에게 감화를 받아서
그릇된 길에서 방황하지 않게 되겠지요. 이역시 고맙고 이익이 되는 친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의 박식한 사람이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사람을 친구로
하면 자신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냉혹한 사회 생활을 해 나가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익자삼우를 이야기하면서, 공자는 사귀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
아니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로운 친구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타입을 들고
있습니다.
  첫째, 쉽게 붙좇는 사람.
  둘째, 남의 방해를 일삼는 사람.
  셋째, 입만 살아서 떠드는 사람.
  사귀어서 이익이 되는 친구와 사귀어서 해가 되는 친구를 살펴보았습니다.
친구를 사귈 때는 말할 나위도 없이 이익이 되는 친구를 사귀어야겠지요?
  어떤 친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친구를 사귈 때에는 공자님이 하신 말씀을 꼭 기억합시다.
익우:사귀어 유익한 벗.
익조:사람에게 유익한 새.
신자: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
인자:마음이 어진 사람.
삼국지:중국 삼국 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책.
삼분:셋으로 나눔.
우정:친구와의 정.
우호:개인끼리나 나라끼리나 서로 사이가 좋음.
      일수백확
    하나를 심어서 백을 거둔다
  일은 하나, 수는 나무라는 뜻도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심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백은 백, 확은 수확하다는 뜻. 따라서 일수백확은 하느를
심어서 백을 거둔다는 뜻이 됩니다.
  하나를 심어서 백을 거두다니, 무엇을 심으면 그렇게 많이 거둘 수 있을까요?
  관자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일 년의 계획은 곡물을 심는 것과 같다.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백 년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
  일 년의 계획을 생각한다면 곡물을 심는 것이 가장 좋고, 십 년의 계획을
생각한다면 나무를 심는 것이 가장 좋으며, 백 년의 계획을 생각한다면 인재를
기르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입니다.
  관자에서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거두는 것은 곡물이다. 하나를 심어서 열을 거두는
것은 나무이다. 하나를 심어서 백을 거두는 것은 사람이다."
  곡물은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거둘 수 있고, 나무는 하나를 심어서 열을 거둘
수 있지만, 사람은 길러 놓으면 백을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어떤 것보다 인재를 기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두뇌 싸움으로 돌입했습니다. 어느 나라에 얼마나 뛰어난
인재들이 있느냐에 따라서 그 나라의 운명이 좌우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도 뛰어난 인재들을 기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요.
  더구나 우리 나라는 자원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있는 것은
사람뿐 백년을 계획하고 많이 거두기 위해서는 사람을 기르는 방법밖에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나라를 짊어지고 나아갈 여러분!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많은
열매를 거두는 사람이 됩시다.
일구이언:한 입으로 두 말을 함. 이랬다 저랬다 함.
일미:첫째가는 좋은 맛.
수림:나무가 우거진 숲.
수피:나무 껍질.
백과:온갖 과실.
백구:백 사람의 식구라는 뜻으로 많은 가족을 일컫는 말이다.
경확:경작하여 거두어 들임.
수확:곡식을 거두어 들임.
      조삼모사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조는 아침, 모는 저녁, 즉 조삼모사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입니다.
  엉뚱하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요? 그러나
조삼모사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옛날 송나라에 원숭이르 좋아하는 저공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원숭이는 저공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알아들을 정도로 저공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원숭이가 자꾸 늘어감에 따라, 원숭이의 먹이를 사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마침내 저공은 가족의 식비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될
상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원숭이에게 주던 먹이도 줄여야 할 형편이
되었지요.
  그래서 결심을 하고 원숭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나무 열매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반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공은 꾀를 내어, 원숭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도록 하지."
  그제서야 ㄷ숭이들은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열자라는 책에도 기록되어 있고, 장자라는 책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대한 생각은 두 책이 조금씩 다릅니다.
  열자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이 교묘한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예로 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장자에서는 눈앞의 이해나 시비에 사로잡혀서 사물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예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3+4=4+3. 이런 간단한 계산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지능 지수 제로라고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조삼모사의 원숭이를 비웃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일이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어른들의 경우엔, 봉급이 많이 올랐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봉급이 오른 만큼
물가가 껑충 뛰어올라, 실제로는 봉급이 전혀 오르지 않은 것과 똑같은 경우가
참 많습니다.
조석:아침과 저녁.
조식:아침밥.
삼대:조부와 아비와 아들. 또는 아비와 아들과 손자의 세 대.
삼성:매일 세 번씩 자신의 일을 반성함.
모개:아침에 정한 것을 저녁에 고침.
모경:저녁때의 경치.
사방:동,서,남,북의 총칭.
사산:사방으로 흩어짐.
      주지육림
    술로 가득 찬 연못과 고기로 이루어진 수풀
  주는 술, 지는 연못, 육은 고기, 림은 수풀. 따라서 주지육림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다면, 술로 가득 찬 연못과 고기로 이루어진 수풀이 됩니다.
  옛날 은나라 주왕이 술로 연못을 가득 채우고 나뭇가지마다 고기를 꽃아 고기
수풀을 만들어 놓고 잔치를 벌인 데에서 온 말로, 오늘날엔 호사스러운 잔치나
사치스럽고 타락한 생활을 비유하여 씁니다.
  옛날 은나라 주왕 때입니다.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은 하나라의 걸왕과
함께 폭군으로 유명한 왕입니다.
  전해져 오는 바에 의하면, 주왕은 선천적으로 말을 잘 하고 머리의 회전이
빨랐다고 합니다. 게다가 맹수를 맨손으로 잡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머리가 좋으니, 신하의 서투른 간언 따위는 아예 효과도 없었고, 말을 잘
하니, 자신의 어떠한 잘못도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주왕은 이 세상에 자기보다 더 잘난 사람은 없다고 뽐내면서 걸핏하면 신하를
바보 취급했습니다.
  그리고 주왕은 술을 매우 좋아해서, 술독에 빠질 정도로 술을 마셔대곤
했습니다. 물론 여자에 대해서도 분별이 없었습니다. 특히 달기라는 미녀를
좋아해서, 그녀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 주었습니다.
  주왕은 이 미녀를 곁에 앉히고, 날마다 신하들과 힘께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기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잔치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형용하고 있습니다.
  즉, 이궁의 연못을 술로 가득 채우고, 주변의 나무마다 고기를 늘어뜨린
것입니다.
  사기에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은 잔치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남녀를 벌거벗겨, 육림사이로 서로 좇게 하고 밤낮을 술로 지새웠다."
  밤새도록 계속하고 날이 밝아도 계속하는 잔치를 장야지음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에서부터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지육림이라고 하면, 호화로운 잔치에 그치지 않고 미녀들을 곁에
두고 술을 마시며 야단 법석을 떠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그런 잔치를 낮이고 밤이고 계속했으니, 당연히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질
수밖에요. 나중에는 제후들까지 그런 천자를 못마땅히 여겼으므로 주왕은
포락이라는 형벌을 만들어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벌주었습니다.
  포락이라는 형벌은 새빨갛게 달군 구리 기둥 위를 걸어서 건너게 하는 잔혹한
형벌입니다.
  그러니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침내 폭군 주왕은 망하고,
무왕이 주왕조를 세우게 됩니다.
주량:마시고 견디어 낼 만큼의 술의 분량.
주실:술에 취하여 저지르는 실수.
지수:연못의 물.
지원:연못과 동산.
육식:짐승이나 물고기 등의 고기를 먹는 것.
육체:살아 있는 사람의 몸.
임야:개간하지 않은 벌판.
임업: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산림을 경영하는 사업.
      죽마지우
    대마무 말을 함께 타고 놀던 친구
  죽마는 대나무로 만든 말, 우는 벗. 따라사 죽마지우란, 대나무말을 함께 타고
놀던 친구, 즉, 어릴 때의 친구를 말합니다.
  이 죽마지우란 말은 진나라의 무제가 제갈정에게 처음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제갈정이라는 사람의 아버지 제갈탄은 정직한 벼슬아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정의 높은 관리였던 사마소의 횡포를 말리다가 그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무제가 진나라를 세워 왕이 되자, 무제는 어릴 적 친구인 제갈정을
불러 높은 벼슬 자리에 앉히려고 했습니다.
  무제는 신하에게 명을 내렸습니다.
  "나의 어릴 적 친구인 제갈정을 찾아라. 그리고 그를 우리 진나라의
대사마로서 후히 모셔오너라."
  그러나 그 무렵 제갈정은 아버지 제갈탄이 무제의 아버지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죽었기 때문에, 진나라를 원수의 나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진나라의 대사마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무제는 몇 번 제갈정을 불렀으나, 제갈정은 끝내 부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제는 어릴 적 친구인 제갈정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만나 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제갈정이 오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그를 만나 볼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하던 무제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옳지, 숙모에게 부탁하면 되겠다!'
  무제의 숙모 제갈비는 제갈정의 누나입니다.
  제갈비는 무제의 부탁을 받아들여 제갈정을 집으로 불렀습니다. 제갈정이
그의 누나 제갈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무제는 우연히 들렀다는 듯이 그
자리에 나타났습니다.
  무제가 제갈정에게 말했습니다.
  "경도 우리가 어렸을 적 죽마를 타고 같이 돌아 다니며 놀던 때의 우정을
잊지는 않았겠지?"
  그러자 제갈정은
  "신은 용기가 없어, 숯을 삼키지도 못했고, 몸에 옻칠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비열한 목숨을 이어 오늘 폐하를 뵙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무제는 비로소 제갈정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런 그를 억지로 만나려 한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고 합니다.
  '숯을 삼키고 몸에 옻칠을 한다는 말은 진나라의 예양이라는 사람에 얽힌
이야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예양은 자기 은인인 지백의 원수 조양자를 죽이려고
숯을 먹어 목소리를 바꾸었으며, 몸에 옻을 발라 문둥이로 변장을 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오늘날도 죽마지우라는 말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말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쓰면, 좀더 확실한 의미로 쓸 수 있을 것이고, 또 재미있기도
하겠지요.
죽원:주위에 대나무를 심은 집. 옛날에 서원 주위에는 대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에 서원을 의미하기도 한다.
죽창:대나무로 만든 창.
마구:말을 타는 데에 쓰는 기구.
마패:말을 새긴 동패. 이것을 가지고 가면, 역마에서 말을 내주었음. 맘행어사는
주로 말이 세 마리 그려진 마패를 가지고 다녔음.
우인:벗.
우호:형제간이나 벗 사이에 우정이 깊음.
      지록위마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
  지는 가리키다, 록은 사슴, 위는 만들다,마는 말. 따라서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라는 뜻이 됩니다.
  아니 사슴을 말이라고 하다니,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나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 봅시다.
  천하를 통일하여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 위해 널리
불사약을 구하던 진시황제였지만, 죽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진시황은
황제가 된지 37년 만에 순행을 하다가 평대라는 곳에서 죽었습니다.
  진시황이 죽기 전에 변방을 지키고 있는 장자(큰아들) 부소를 함양으로 불러
황제로 등극시키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일어납니다.
  황제의 곁에는 늘 조고라는 환관이 붙ㅇ어 있었는데, 그가 야심을 품은
것입니다. 조고는 황제가 죽자, 곧 황제와 힘께 순행을 하던 둘째 왕자 호해를
불러 말했습니다.
  "황제께서 승하하셨습니다. 완자님께는 두 번 다시 없는 좋은 기회입니다.
모든 일은 제가 할 테니, 왕자님께서는 잠자코 황제가 되시기만 하면 됩니다."
  황자 호해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고는 승상 이사를 협박하여, 자기의 일에
가담하도록 했습니다.
  조고는 황제가 승하한 것을 감추고, 즉시 함양(당시 진나라의 서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황제의 조서를 가짜로 꾸며 장자 부소를 자결케 하고
황제가 승하하셨음을 온 국민에게 알린 다음, 둘째 왕자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오르도록 했습니다.
  조고 덕분에 황제가 된 2세 황제 호해는 나라의 모든 일을 조고와 의논해서
처리했습니다. 그러니, 조고가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지요.
  조고는 자기를 방해하는 자는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처형을 시켰습니다.
그래서 궁전의 모든 벼슬아치들은 조고의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으며, 일부
벼슬아치들은 조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아부를 다 했습니다.
  그러나 조고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슬슬 무능한 황제를 몰아내고,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는 황제가 되고 싶다. 하지만 다른 신하들이 순순히 나를 따라 줄지가
문제인걸.'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어떤 사람이 조고에게 사슴을 뇌물로 가지고
왔습니다. 사슴을 바라보던 조고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옳지, 좋은 생각이 났다!'
  조고는 뇌물로 들어온 사슴을 가지고 2세 황제에게로 가서 물었습니다.
  "폐하,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2세 황제는 조고의 방자한 태도에도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허허, 경은 참 이상한 질문도 다 하는구려. 그건 사슴이 아니오."
  그러자 조고가 말했습니다.
  "폐하! 이것은 말이옵니다. 말을 사슴이라고 하다니, 폐하의 기운이 몹시
쇠약해지신 모양입니다. 이것 참 큰일이군."
  "허허, 내 기운이 아무리 쇠해졌기로, 말과 사슴을 구별치 못할 리가 있겠도."
  "그러면 폐하! 신하들에게 물어 보시지요. 이게 말인지 사슴인지."
  조고는 신하들에게 사슴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여러분들, 여러분들의 눈에는 이것이 사슴으로 보입니까, 말로 보입니까?"
  이 때 조고에게 아부하려는 신하는
  "예, 그것은 틀림없는 말입니다."
하고 대답했고 거짓말은 할 수 없고 조고의 위세는 무서운 겁장이 신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몇몇 정직한 신하만이
  "그것이 사슴이지 어째서 말이란 말씀입니까."
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신하를 기억해 두었다가, 한 사람 한 사람 구실을
붙여서 처형해 버렸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조고는 자기의 말을 듣지 않는 신하를 알아 가지고 없애
버렸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지록위마는 잘못을 강요하여 다른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 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뒷이야기지만, 조고는 2세 황제가 말을 사슴이라고 했다고 미친 사람 취급을
하여, 본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궁으로 요양을 보내 버립니다. 그리고는 제
마음대로 정권을 휘둘렀지요.
  오늘날엔 2세 황제처럼 남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러나 우리 주이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남의 꼬둑각시
노릇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있습니다.
  언제나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행동을 하면, 절대로 그런 상황에 빠질 일이
없을 텐데 말이지요.
  우리 어린이 여러분은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어요.
지도:기르치고 이끌어 줌.
지시:가리키어 보임. 또는 시킴.
녹각:사슴의 뿔.
녹혈:사슴의 피.
위국:나라를 위함.
위정자:정치를 하는 사람.
마미:말의 꼬리.
마초:말에게 먹이는 풀.
      천의무봉
    하늘 나라의 옷엔 꿰맨 자국이 없다
  천은 하늘, 의는 옷, 무는 없다, 봉은 꿰맨 자국. 따라서 천의무봉은 하늘
나라의 옷엔 꿰맨 자국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당나라 시대의 전기 소설(기이한 이야기를 소재로 쓴 소설) 곽한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하늘 나라의 직녀가 인간 세상의 곽한이라는 청년을 매우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곽한은 잘 생긴 청년으로 문학에도 뛰어나고 글씨도 아주 잘
썼습니다. 직녀는 하늘 나라에서 그런 곽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병이날
지경이었습니다.
  '아아, 한 번만이라도 곽한님을 만났으면......'
  마침내 직녀는 옥황상제님께 간청을 했습니다.
  "옥황상제님! 소녀를 가엾게 여기시어, 제 사랑을 이룰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눈물로 간청하는 직녀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옥황상제님은 허락을 해
주었습니다.
  "좋다, 너희들의 사랑을 허락하마. 그러나 딱 일 년뿐이니라. 알겠느냐?"
  "예 고맙습니다. 옥황상제님."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은 직녀는 그날 밤 곽한의 집뜰로 내려갔습니다.
  달빛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곽한의 준수한 모습이 직녀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했습니다. 
  "아니 그대는 뉘시오?"
  달빛 사이로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이 나타나자, 곽한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저는 하늘 나라의 직녀이옵니다."
  여인의 수줍은 듯한 말소리와 함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향기로운 냄새가
바람결에 실려왔습니다.
  "하늘 나라에서 선비님의 모습을 보고 사모하는 정을 이기지 못하여 이렇게
찾아왔나이다."
  놀라 쳐다보는 곽한에게 직녀는 큰절을 했습니다.
  "아, 아니, 제게 절을 하시다니요."
  곽한은 직녀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넋이
나갈 정도였습니다.
  직녀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선비님께서는 저의 사랑을 받아 주시겠나이까?"
  곽한은 이미 직녀에게 온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직녀가 마루 위로 올라서자, 곽한의 집은 아름다운 빛과 향기로 넘쳐나고,
어디선가 선녀들이 나타나 수정으로 엮은 발로 침상을 가렸습니다.
  곽한은 직녀를 부드럽게 안아 침상으로 올렸습니다.
  직녀는 곽한과 사랑을 나누고는 동녘 하늘에 해가 솟아오르기 전에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로부터 매일 밤 직녀는 곽한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곽한은 직녀의 옷에 한 군데도 꿰맨 자국이 없는 것을
알았습니다.
  "직녀, 그대의 옷엔 꿰맨 자국이 한 군데도 없구려."
  직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하늘 나라 사람들이 입는 옷은 바늘과 실로 만들지 않는답니다."
  "그렇구려. 정말 무엇에도 견줄 데 없이 아름다운 옷이오."
  곽한과 직녀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빨리도 지나갑니다.
직녀의 마음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벌써 옥황상제와 약속한 일 년이 가까워
온 것입니다.
  마침내 그날은 돌아왔습니다. 직녀는 아픈 마음을 억누르며 곽한과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선비님의 사랑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디 지상의 행복을 누리시며, 잘
사시길 바랍니다."
  "안 되오. 직녀가 없이는 난 하루도 살 수 없소."
  "옥활상제님의 명령은 지엄하십니다. 아무도 어길 수 없습니다. 그럼, 안녕히."
  직녀는 슬퍼 울며, 새벽 하늘로 구름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곽한이 울부짖으며 소리쳐 불러도 직녀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곽한은 아무리 예쁜 여자를 보아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천의무봉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요컨대 천의무봉이란, 인간
세계의 기교를 초월했다는 의미로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았음에도 불고하고
시나 문장이 기가 막히게 훌륭한 경우를 가리켜 쓰이게 되었습니다.
천재:날 때부터 갖춘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
천지:하늘과 땅 즉, 온 세상.
의건:옷과 수건.
의식주:옷과 음식과 집. 곧 인간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
무익:이로울 것이 없음.
무지:아는 것이 없음. 또는 어리석음.
봉인:붙인 데나 봉한 데에 찍는 도장.
봉침:바늘.
      타산지석
    남의 산에서 나오는 거친 돌
  타산은 남의산, 석은 돌. 따라서 타산지석은 남의 산의 돌, 남의 산에서
나오는 거친 돌이라는 뜻이 됩니다. 즉 남의 산에서 나오는 거친 돌이라도
자신의 옥을 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뜻으로부터,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실패 등도, 자신을 연마하는 재료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남의 잘못을 보고 나의 잘못을 고친다는 의미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고대의 시와 노래를 엮어 만든 시경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싯귀가
나옵니다.
  "남의 산과 돌, 그로써 나의 옥을 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연마하는 것은 능력과 인격의 양면에 걸쳐 자신을 연마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교를 졸업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해 가야 합니다. 하루나 이틀 힘써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요. 조금씩이라도 좋습니다. 날마다 계속하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면 자신을 연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 중에서도 고전이 좋겠지요. 고전이라는 것은
오랜 역사 속을 살아남아 온 선조의 지혜의 결정입니다. 반짝 하다가 금세
사라져 버리는 베스트 셀러 따위를 읽는 것보다는 훨씬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생활 가운데에서 실천하여 체험을 쌓아야 합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것만으로는 산 지혜가 되지 못합니다. 책을 읽어 안 사실을 산 지헤로
높이기 위해서는 실천과 경험이 뒤따라야 힙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아직 공부하는 학생의 신분이므로, 우선 책을 많이 읽는
일에 힘써야겠지요.
  여러분이 선배들을 볼 때, 에이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점들이 많지요? 그러나 몇 년 후 여러분이 선배가 되었을 때 앞의 선배들이
저지른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래서는
타산지석으로서 배운게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결점을 가지고 있고 또 실패를 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결점이나 실패를 비웃기보다는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결점을
고치고 자신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현명하겠지요.
타국:자기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타향:자기가 태어난 고장이 아닌 다른 고장.
산곡:산골짜기.
산촌:산 속에 있는 마을.
석공:돌을 다루어 물건을 만드는 사람.
석탑:돌로 쌓은 탑. 즉, 돌탑.
      태연자약
    마음이 크고 대범하여, 조금도 동요되지 않음
  태연의 태는 마음이 크고 넓다,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논어에서 공자님은
  "군자는 마음이 크고 넓되, 교만하지 않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크고 대범하지만, 다른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
군자라는 것입니다. 태연이란 그런 상태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자약은 마음이나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태연과 자약은 결과적으로는 같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진 두 말을 조합하여, 그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
태연자약이지요.
  따라서 태연자약은 마음이 매우크고 대범하여, 웬만한 일에도 동요되지 않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웬만한 일에는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태연자약한 태도는 물론 평상시에도
바람직스러운 태도입니다. 그러나 태연자약한 태도가 가장 필요한 경우는
위험한 때에나 절망에 빠졌을 때입니다.
  무언가 큰 일이 생겼다고 합시다. 그럴 때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거나
허둥대서는 좋은 생각이 떠오를 리가 없습니다. 허둥대다가 자칫 잘못하면,
위기에서 빠져나가기는커녕 더욱 위험한 상태로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그런 위험한 경우일수록 태연자약한 태도로 대처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나쁜 사람들에게 붙들렸다고 합시다. 그럴 때 당황해서
공연히 소리를 지르거나 몸부림치면 아마 나쁜 사람들은 여러분을 꽁꽁 묶어
놓을 뿐만 아니라, 입까지 틀어막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위급한 경우를 당하면 우리는 정말로 태연자약한 태도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태도로 나쁜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를 침착하게 생각하는 거지요. 그러면 반드시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입니다.
  또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일이 겹쳐 생겨 의기 양양해질 때가 있는가 하면,
나쁜 일이 자꾸 생겨 절망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뻐하고
낙담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기 양양할 때에 자랑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담담한 태도를 취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낙담하거나 초조해하지 말고 역시 담담한 태도로 대처합니다.
  그런데 현대는 격변하는 시대입니다. 태연자약한 태도를 취한다고 지나치게
유유하면, 금세 시대의 낙오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태연자약한 태도를
취하되  변화에는 민감하게 대응해야겠지요.
태산:중국의 다섯 큰 산 중의 하나, 높고 큰 산.
태평:몸이나 마음이나 집안이 매우 평안함.
연부:그러함과 그렇지 아니함.
연찬:그렇다고 찬성함.
자득:스스로 터득함.
자신:자기의 능력이나 가치를 스스로 믿음.
약간:얼마 되지 아니함.
약시:이와 같이.
      필부지용
    한 남자의 용기
  필부는 한 사람의 남자, 쪼는 비천한 남자, 지는 의의 뜻을 가진 어조사, 용은
용기, 따라서 필부지용은 한 남자의 용기, 또는 비천한 남자의 용기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필부지용이라는 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고 또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맹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맹자가 여기 저기 ㅇ세를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제나라엘 갔을 때입니다.
  제나라의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이웃나라와는 어떻게 사귀는 것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습니다.
  "인으로 사귀는 것이 좋습니다. 오직 인자만이 큰 나라로써 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직 지혜로운 왕만이 작은 나라로써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도를 즐기는 것이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도를 두려워하는 것이니, 하늘의 도를
즐기는 사람은 천하를 편안케 하고, 하늘의 도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기
나라를 편안케 합니다."
  맹자의 대답을 들은 선왕이 말했습니다.
  "선생의 말씀은 참으로 크십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 가지 병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용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왕이시여, 부디 작은 용기를 좋아하시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칼자루를
쥐고 노려보면서 제 어찌 감히 나를 당할소냐! 하고 큰소리치는 것은 못난 한
남자의 용기일 뿐입니다. 필부지용은 한 사람밖에 대적을 못하니, 왕께선 부디
큰 용기를 가지십시오."
  맹자의 이 말에서부터 필부지용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필부지용은 앞뒤 분별없이 혈기에 넘쳐 마구 행동하는 것을 경멸하여 말할 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참된 용기, 즉 큰 용기란 어떤 것일까요?
  '큰 용기는 겁이 많은 거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말할 나위도
없이, 큰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깊이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따른 이해 득실을 충분히 검토합니다. 그런 신중함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겁장이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지요.
  살다 보면 누구나, 이렇게 해야 할까 저렇게 해야 할까 하는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필부지용을 발휘해서는 참으로
곤란하겠지요.
  여러분도 그런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여러 번 있을 거에요. 친구가 극장
구경을 가자고 유혹합니다.
  "학생 입장 불가라지만, 정말 끝나게 재미있대. 우리 선생님께 들키지 않도록
몰래 가자."
  이럴 때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서 극장을 가야 할지 가지 말아야 할지......
  "에이, 까짓것! 나중에 선생님께 한 번 야단 맞고 말지, 뭐!"
하고 자못 용감한 듯이 극장을 가는 것은 필부지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니, 극장을 가서는 안 돼. 학생의 신분에서 버서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내게 조금도 이익될 것이 없어."
하고 신중히 생각을 하고 극장 구경을 가지 않는다면, 그런 것이 바로 큰
용기라 할 수 있겠지요.
  여러분도 큰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겠어요.
필마:한 필의 말.
필적:어슷비슷함.맞섬.
부군:남편의 존칭.
부부:남편과 아내.
용기:씩씩하고 굳센 기운.
용사:용감한 사람.
      형설지공
    반딧불과 눈의 빛으로 이룬 공
  형은 반딧불, 설은 눈, 공은 보람을 이루다는 의미입니다. 즉 형설지공을
그대로 우리 말로 옮긴다면 반딧불과 눈의 빛으로 보람을 이루다가 될
것입니다. 형설지공이라는 말은 여러분도 많이 들어 보았지요?
  대개 형설지공의 의미를 몹시 고생하며 공부하여, 그 보람이 이루어진 것
정도로 알고 있을 거예요. 맞습니다. 그러면 어째서 형설지공이 그런 뜻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알아보기로 할까요.
  옛날 동진에 차윤이라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책을 많이 읽어야
출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나 보지요. 게다가 차윤이라는 소년은
책읽기를 몹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난처한 일은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기름 살 돈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하던 차윤 소년은 갑자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옳지! 반디를 잡아서 꽁무니의 불빛으로 책을 읽어야겠다.
  그로부터 차윤 소년은 여름이면 빈디를 많이 잡아다가 얇은 비단 주머니에
넣고, 그 불빛으로 밤새도록 책을 읽었답니다.
  나중에 차윤 소년은 상서랑이라는 높은 벼슬까지 지냈지요.
  같은 무렵에 소강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소강 소년의 집도 찢어질
듯이 가난한 것은 차윤 소년네와 비슷했습니다.
  소강 소년도 큰 뜻을 품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역시 기름 살 돈이
없었던 소강 소년은 겨울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다가 동녘에서
해가 둥싯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날이 밝았는 줄을 알았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내가 밤새도록 책을 읽었단 말인가? 어째서 내가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았을까?'
하고 밖을 내다보니, 밖엔 하얀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옳지! 눈의 빛이 창으로 흘러들어 방 안이 밝았었구나."
  그 때부터 소강 소년은 눈이 오는 날이면, 그 눈빛을 의지하여 밤새도록 책을
읽었다고 힙니다.
  물론 소강 소년도 나중에 어사대부라는 높은 벼슬을 했지요.
  반디의 불빛과 눈의 빛을 의지해서 공부하여 마침내 높은 벼슬을 지낸 이 두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형설지공이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요즘의 우리와는 참으로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요? 오늘날엔 불을 켜지 못해서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갖추어진 오늘날의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심히 공부해야겠죠?
형창:형설지공의 고사로부터 형창이 공부하는 방의 창을 뜻하게 되었다.
형화:반디의 불빛.
설야:눈이 오는 밤.
설화:눈을 꽃에 비유한 말.
공과:일의 성적.
공로:일에 애쓴 보람.
      호연지기
    사물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고 즐거운 마음
  아무리 작은 국어 사전에도 호연지기라는 말이 실려 잇습니다. 그 뜻을
살펴보면, 하늘과 땅 사이에 넘치도록 가득 찬 넓고도 큰 원기, 공명 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러울 바 없는 도덕적 용기, 사물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고 즐거운
마음의 세 가지로 뜻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말은 언제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요?
  맹자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실려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제자가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같으신 분도 한 나라의 재상이 되어 정치를 하게 된다면, 역시 마음에
동요가 일어날까요?"
  제자의 질문에 맹자는
  "아니, 나는 마흔 살을 넘기고부터는 어떤 일에도 마음이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제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것은 어째서 그렇습니까?"
  제자의 질문에 맹자는
  "그것은 평상시에 늘 호연지기를 기르고 있기 때문이지."
하고 대답하고는 호연지깅 대해서 다으뫄 같이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 기운은 매우 크고 굳센 것으로 그것을 바르게 기르면 하늘과 땅 사이에
충만하게 된다. 그것이 호연지기다. 그러나 그것은 도와 의를 수반해야만
존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사라져 버린다. 가끔 의를 행했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마음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 있어도 사라져
버린다."
  이와 같은 맹자의 말에 의하면 도의에서 버서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 그러한 확신으로부터 생겨나는 태연자약한 마음이 호연지기인 듯합니다.
  과연 그런 기운이 마음에 충만해 있으면 언제나 마음이 넓고 자유로울 수
있으며, 또 어떤 사태에 맞닥뜨려도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러한 마음, 즉 호연지기를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맹자는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 노력에 대한
결과를 미리 내다본다거나 미리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호연지기를 기르려 하는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되되, 그것을 성급히 이루려 하여
조장해서는 안 된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장해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도대체 조장이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맹자는 조장이 어떻게 하는 것인가에 대해 송나라 사람의 어리석은 행위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밭에 곡식을 심어 놓고, 날마다 얼마나 자랐는지 보러
나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싹이 도무지 자라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정말 너무 안 자라는 구나. 내가 얼른 자라도록 도와 주어야지.'
하고 생각한 그는 애써서 곡식의 싹을 모두 뽑아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곤 집에
돌아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난 오늘 정말 지쳤다. 싹이 빨리 자라도록 도와 주고 왔단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들이 밭에 나가 보니, 싹은 모두 말라 죽어 있더랍니다.
  여러분, 송나라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요? 우습지요?
  그러나 우리도 그와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맹자님은 이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억지로 빨리 이루려고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사물에 구애됨이 없는 넓고 자유로운 마음-호연지기.
  이 호연지기를 여러분도 길러 보세요. 참된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호소:크게 웃음.
호은:큰 은헤.
자연:사람이 손대지 않은 본디 그대로의 모습. 또는 인간 이외의 세계.
필연: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는 것.
기분:마음에 저절로 느껴지는 상태.
기상:사람이 타고난 마음씨와 겉으로 드러난 몸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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